2025년
4월호

Quick menu

TOP

  • HOME 중처법 시행 3년 현황과
    안전관리 가이드 제언
    긴급점검

중처법 시행 3년 현황
안전관리 가이드 제언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지 3년이 경과했다. 지난해 말까지 내려진 중처법 관련 1심 법원판결(31건)을 바탕으로, 현행 중처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기업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김경희 본태C&D 대표

중처법 3년간 판결, ‘건설업’이 절반 이상 차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이 법은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서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월 27일 중처법 시행 이후 검찰이 기소한 중처법 위반사건 총 31건(2024년 말 기준)의 1심 법원판결 중 절반 이상인 16건(51.6%)이 건설업에 집중되어 있다.
왜 건설업이 이렇게 많은 판결을 받게 되었을까?보고서는 “건설업의 도급비중이 높고 원·하청 구분이 약해 원청(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기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정된 일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필자의 지인 중 모 대기업 건설사 출신 임원은 건설회사의 대표(CEO)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중처법의 애매한 법규 때문에 대표가 갖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설업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인재가 건설기업의 대표를 맡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림] 업종별 · 규모별 중처법 판결현황(총 31건) 자료: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2025년 1월, 경총)

중처법이 가져온 서류작업 가중 현상

어느 건설사 CSO(Chief Safety Officer)는 현장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한다.
“안전관리자 1인은 하루 종일 30종이 넘는 서류를 작성하느라 사무실에 묶여 있다. 그로 인해 정작 현장을 점검하고 순찰할 인력에 공백이 생긴다.”
이는 건설현장 안전관리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로, 중처법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낸다. 법이 ‘사전예방’보다 ‘사후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질적인 안전관리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 시간과 인력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판결 사례도 다르지 않다. 가장 많이 위반된 조항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24건)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22건)이다. 이는 실질적인 현장 안전 확보보다 서류상의 절차 마련에 법원의 판단이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 건설기업의 부담, 갈수록 더 커진다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중소 건설기업이 겪는 부담이다. 판결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50인~299인)이 전체의 87.1%(27건)를 차지한다. 안전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 건설업체가 법적 책임에 더 취약한 것이다.
2024년 1월부터는 5~49인 영세·소규모 기업까지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었다. 중처법 시행 이후 대형 건설사는 CSO 직책을 두는 등 조직과 인력을 보강했지만, 중소 건설기업은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형 건설기업들은 비용을 투자해서 안전관리 인력과 서류작업에 매진할 직원들을 더 충원할 수 있지만, 중소 건설기업들은 과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순점 4가지

경총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여러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 인과관계 증명의 부족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채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 원청 - 하청 책임의 불균형
    협력업체 근로자 사고 시, 직접 작업을 관리하는 협력업체보다 간접적 지위의 원청 건설사가 더 무겁게 처벌받는 게 현실이다.
  • 법적 해석의 과도한 확장
    ‘실질적·구체적’과 같이 법령에 없는 조건을 추가해 건설사에 불리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
  • 산업재해 감소 효과 미미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고는 거의 줄지 않았다. (2021년 248명 → 2023년 244명)

건설기업의 현실적 대응방안

이런 상황에서 우리 건설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4가지 측면에서 각각의 구체적인 대응법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서류보다 실질 안전조치 증거 확보에 집중
    최근 한 무죄 판결 사례(31호 판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가 “전담조직 개편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점” 을 인정했다. 즉, 형식적인 서류 작업보다 실질적인 안전조치와 그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안전점검 시 발견된 위험요소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기록
    • 위험성평가를 형식적으로 하지 않고, 현장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위험요인 도출 및 관리
    • 안전교육의 형식적 실시보다 내용의 충실성과 참여도 확보
[참고] 중처법 무죄선고 사례 (제31호 판결)
  • 사건 개요 2022년 2월 9일 상시근로자 980명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A사)의 하청업체(B사) 소속 C씨가 압축성형기 에서 튕겨나온 수공구(지그)에 머리를 맞아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
  • 공소 사실 원청인 A사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미이행

    위반 의무
    전담조직 설치(시행령 제4조제2호) / 유해 ·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제3호) / 법정인원 이상 안전관리자 배치(제6호)

  • 법원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되므로 무죄 선고
    • 사고 발생 무렵까지 전담조직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담조직 배치 인원을 결정하고 대응 메뉴얼도 구비
    • 전담조직 배치 예정 팀원이 거의 매일 순회점검 등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
    • 위험성평가 시 이번 사고 유형을 예견하기 어려웠고 이 사건처럼 수공구 사용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려워 정상적인유해 ·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과 이행으로 봄이 타당
    • 산안법 및 기특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를 채용하여 안전관리자를 두었다고 봄이 타당

출처 :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2025년 1월, 경총)

  • 원 · 하청 안전책임의 명확한 구분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사건 관련 판결에서 원청에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원·하청 간 안전관리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 도급계약서에 안전관리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
    • 협력업체의 자체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 및 정기적 점검
    • 현장 작업자들의 직접적인 작업 지휘 · 감독 체계 정립
  • 중점 관리 영역 파악
    판결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위반 사항에 대한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
    • 유해 · 위험요인 관리: 단순한 서류 작성이 아닌, 현장별 맞춤형 위험요인 발굴과 관리
    • 평가기준 마련: 안전관리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 수립
    • 안전보건 목표: 실현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
  • 법적 대응 준비
    경총 보고서를 보면 “중처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원판결 시 무죄가 속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까지는 정반대의 양상이 나오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의 사고 발생 시를 대비한 법적 대응 논리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 증거 체계적 기록
    • 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간 인과관계 부재 주장 논리 개발
    • 예견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책임 제한 논리 구성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 내야

현행 제도는 실질적 안전 개선보다 서류작업과 형식적 절차 이행에 치중하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요구된다. 우리 건설업계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 안전관리비 사용범위 확대
    현재의 안전관리비는 서류 작업 증가와 인력 보강 등 실질적인 비용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 범위 확대와 요율 현실화가 필요하다.
  • 예방 중심 제도로 전환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
  • 모호한 법조항 명확화
    현행 중처법의 불명확한 조항들(특히 시행령 제4조)을 구체화하여 예측 가능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설업계 투트랙 대응 전략 필요

중처법의 취지인 ‘안전한 일터 조성’은 모든 건설업체가 공감하는 목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실질적인 안전 개선보다 서류 작업과 형식적 절차 이행에 치중하게 만들고 있다. 건설현장의 안전은 서류가 아닌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중처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 건설업계는 단기적으로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장기적으로는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 처벌이 아닌 예방에 중점을 둔 실질적인 안전제도를 만들어 나갈 때, 우리 모두가 바라는 안전한 건설현장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3가지 제안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은 ‘안전문화 정착’에 달려 있다. 실제 안전사고 대부분은 휴먼에러(작업순서 착오, 부주의, 의사소통 오류 등)에 의해 발생하는 등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80~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금부터 우리 건설기업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해 ‘즉시 실천’해야 하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 안전대화하기
    모든 회의에 ‘안전 제일(Safety First)’이 스며들도록 ‘Safety Talk First(회의 시작 처음에 안전대화하기)’를 한다.
  • 제3자 외부점검
    제3자에 의한 외부점검과 기록을 유지한다. 자체점검은 숨겨진 결함을 찾아 내기가 어렵다. 제3자의 눈으로 안전관리 시스템의 결함을 찾자.
  • 무관용 원칙 적용
    중대재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문화 구축 방안
  • 안전대화 하기
    모든 회의에서 안전제일(Safety First)을 강조하기 위해 회의 시작 시 안전 대화를 실시합니다.
    이 과정은 직원들이 안전에 대한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합니다.
  • 제3자 외부 점검
    안전관리 시스템의 결함을 발견하기 위해 제3자에 의한 외부점검과 기록을 유지합니다.
    자체점검만으로는 숨겨진 결함을 찾기 어려우므로, 외부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무관용 원칙 적용
    안전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관리 요소로, 중대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합니다.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한 후, 이를 제대로 운영 관리하여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