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유채꽃은 2월 중순 제주에서 출발해 3~4월이면 전국을 뒤덮는다.
제주도 외에도 부산, 삼척, 청산도 등 전국적인 유채꽃 명소들을 소개한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서편제 촬영지로 잘 알려진 청산도의 유채꽃밭
남쪽섬 제주에서 샛노란 봄소식이 들린다. 유채꽃 시즌이 시작됐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유채는 2월 중순이면 제주도 전체를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제주 유채꽃 절정기는 3월 중순부터 벚꽃 피기 직전까지다.
유채는 본래 중국과 인도 지역에서 기원한 식물로, 고대부터 재배되어왔다. 우리말로는 ‘평지’ ‘가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도 일부 자생종이 존재한다.
제주도에서 유채꽃이 본격적으로 대량 재배된 것은 일제강점기로 알려져 있다. 일본인들이 외래종 유채씨를 수입해 기름을 생산하기 위해 제주도에 식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제주도 관광 산업이 발전하면서 유채꽃밭이 단순한 농업용 작물이 아닌 관광 명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주도 외진 곳에서 뜬금없이 조성된 유채밭을 만난다면 4.3 사건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 아픈 역사의 흔적을 꽃으로 덮은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유채꽃은 흰색 국화와 마찬가지로 ‘고인에 대한 애도’를 의미한다. 2000년대 이후 지구 온난화의 영향과 품종 개량으로 유채꽃은 전국구로 거듭났다. 제주도 외에도 부산, 삼척, 창녕, 구리 등지에서도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유채는 이름 그대로 기름(油)을 생산하는 나물(菜)이다. 노란 꽃이 지면 그곳에 씨방이 맺히는데, 그 씨방 안의 씨앗으로 기름을 짠다. 유채씨에서 짠 기름을 채종유라고 하는데 가정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카놀라유도 채종유의 일종이다. 차이점이라면 채종유는 아무 유채꽃씨에서나 짠것을 말하고 카놀라유는 카놀라 품종의 꽃씨에서 채취한다. 식용 외에 공업용 윤활유, 엔진을 돌리는 연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가축 사료로도 이용된다.유채는 냉이, 달래, 쑥, 시금치 등과 함께 봄철 미각을 돋우는 채소다. 유채 여린 잎으로는 밥과 함께 막장으로 쌈을 싸서 먹는다. 유채를 살짝 데쳐 참기름과 소금 간, 또는 된장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유채 나물,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곁들인 유채 샐러드도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제주의 유채 명소
제주 가파도
제주도 부속섬 중 4번째로 큰 섬 가파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를 헤엄쳐 가는 가오리 모양을 하고 있다. 4월 청보리 축제가 유명하지만 이른 봄 유채꽃이 만개할 때 찾아가도 무척 아름답다. 가파도의 이름은 가오리(가파리)를 닮아 가파도가 되었다는 설과, 덮개 모양을 닮아 ‘개도 (蓋島)’로 부르던 것이 굳어졌다는 설 등이 있다. 오르막길이 없고, 1~2시간이면 다 걸을 수 있어 도보로 둘러보는 데 부담이 없다.
제주 가파도
엉덩물계곡
중문관광단지의 롯데호텔 동편으로 자리한 계곡이다.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준하여 물을 찾는 짐승들조차 접근은 못 하고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서 엉덩물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봄이면 계곡 경사면을 따라 유채꽃이 만발한다. 입장료를 받는 다른 유채꽃 단지와는 달리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평지보다 유채꽃 풍경이 입체적이다.
제주 엉덩물계곡
성산일출봉 일대 유채꽃 재배단지
성산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광치기해변 주변에 있다. 유채꽃이 가장 빨리 만개하는 곳으로 12월부터 2월까지 만개한 유채꽃을 볼 수 있다. 유채꽃밭은 사유지라서 각 밭마다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유채꽃만 있는 밭, 여러장식들로 꾸며져 있는 밭 등 여러 밭이 있으니 자기 취향에 맞는 밭을 찾아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사진을 찍으면 된다.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해안 풍경이 일품이다. 들머리의 신양해변 백사장, 끝머리 언덕 위 평원에 드리워진 유채밭, 여유롭게 풀을 뜯는 제주조랑말들, 바위로 둘러친 해안절벽과 우뚝 치솟은 전설 어린 선바위 등은 전형적인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유채꽃 활짝 핀 제주 섭지코지
녹산로
제주의 봄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길이다. 차도를 중심으로 길가에 노란 유채꽃이 피어 화사한 봄을 수 놓는다. 유채꽃과 벚꽃 개화가 겹치는 시기에는 일부 구간에서 벚꽃과 유채꽃을 같이 볼 수 있어 장관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던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기도 하다.
제주 녹산로 유채꽃도로
산방산
봄에는 유채꽃이 빽빽하게 만발하기 때문에 노란빛과 어우러진 산방산의 경치를 보러 많은 사람이 찾는다. 산방산 바로 앞에는 용머리 해안이 있는데 전망용 망원경이 있어 용머리 해안의 전망을 쉽게 눈에 담을 수 있다.
별방진(성)
SNS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곳. 조선 중종 때 쌓았다는 성의 둘레는 950m이며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지형을 잘 살렸다. 성곽은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성곽들 중 비교적 성벽이 많이 남아 있어 당시 이 지역의 성 쌓는 방법과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서우봉
함덕서우봉해변 옆에 위치한 서우봉은 봄이면 샛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나는 제주의 관광 명소다. 올레길 19코스 ‘조천-김녕 올레’의 일부이기도 한 이곳에는 둘레길과 산책길이 있다.
제주 함덕서우봉해변
우도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 또는 쉐섬으로 불렸다. 완만한 경사와 옥토, 풍부한 어장, 우도팔경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관광지로, 한해 약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부속섬이다. 유채꽃 명소로도 유명하다.
전국 유채꽃 명소
부산 대저생태공원
대저생태공원은 낙동강 우안 대저수문에서부터 김해공항 램프까지의 둔치 지역으로, 구포대교부터 아래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에 속하는 지역이다. 구포대교 아래쪽으로 조성된 유채경관단지(37만㎡)에서 매년 4월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넒은 유채꽃 단지를 자랑하는 곳으로 도심과 인접해 있어 유채꽃 시즌이면 항상 인파로 붐빈다.
부산 대저생태공원
삼척 맹방유채꽃 마을
삼척 맹방유채꽃 마을은 7번 국도변 벚꽃 가로수길 옆으로 4.2km에 걸쳐 조성된 마을의 유채꽃밭으로 매년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벚꽃과 유채꽃, 바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절정기는 4월 중순이다.
삼척 맹방 유채꽃마을
대구 팔현생태공원
대구의 숨은 유채꽃 명소다.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은 5월이되면 공원 전체에 노란 유채꽃이 만개한다.
충북 옥천 금강변친수공원
매년 4~5월 무렵에는 8만여㎡ 금강 둔치에 유채꽃이 만발하여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금강과 산, 아름다운 꽃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해 낸다.
전남 청산도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항에서 당리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 ‘서편제’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이 유독 유명한 이유는 유봉일가가 당리의 황톳길을 내려오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5분 30초에 걸친 롱테이크가 촬영된 구불구불한 돌담 주변으로 노란 유채꽃이 지천이다.
경기 안성 안성팜랜드
4월에 유채꽃이 만개한다. 황소, 면양, 거위, 돼지, 당나귀 등 다양한 가축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탁 트인 초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과 교육시설 등이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곳이다.
경기 안성의 안성팜랜드
경주 첨성대
경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유적으로서 관람가치가 뛰어난 것은 물론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식물이 피어나 나들이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