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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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따라 걸어요,
가을날 서울 여행

가을철 궁궐은 풍경 맛집이다. 궁궐 주변으로 볼거리와 음식점들도 즐비하다.
산들산들한 가을날, 서울 사대문 안 도보여행을 추천한다.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 서울관광재단 제공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 서울관광재단 제공

어느덧 9월, 가을 초입이다. 습기가 사라진 날씨, 가장 걷기 좋은 여행지는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서울, 그 중 4대궁 주변 도심권을 추천한다.
서울 강북 구도심권은 세계적인 관광 밸트다. 고궁을 관통해 조선시대부터 가꿔온 명품 정원과 문화재를 감상하고 갤러리 투어와 아기자기한 공방들, 예쁜 카페와 맛집들이 집적돼 있는 루트는 투입한 시간 대비 만족도가 높다.
발길 닿는 대로,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는 여행은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출발지 선정과 동선 계획을 치밀하게 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 출발해 점심과 저녁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한나절 코스라면 해가 뜨는 방향에서 지는 방향으로 일정을 짜자. 창경궁에서 출발해 경복궁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편하다. 일정 중간 북촌, 익선동과 마지막인 서촌에 맛집들이 몰려 있어 메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경복궁과 도심 고층 건물이 어우러지는 해질녘 정취도 빼어나다. 준비물은 사진 잘 나오는 예쁜 옷, 밑창이 두껍고 편한 신발, 보조 배터리 정도만 챙기면 끝이다. 6,000원짜리 궁궐 통합관람권을 이용하면 하루 동안 여러 궁을 관람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은 별도로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한다.

창경궁

세종대왕이 상왕인 태종을 모시고자 1418년에 지은 수강궁이 그 전신이다. 이후 성종 임금 대로 와서 세조의 비 정희왕후, 덕종의 비 소혜왕후, 예종의 비 안순왕후를 모시기 위해 명정전, 문정전, 통명전을 짓고 창경궁이라 명명했다.
창경궁에는 아픈 사연이 많다. 임진왜란 때 전소된 적이 있고 이괄의 난이나 병자호란 때에도 화를 입었다. 숙종 때의 인현왕후와 장희빈, 영조 때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의 이야기 등이 창경궁 뜰에 묻혀있다. 사적인 창경궁은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의하여 창경원이라 격하되고 동물원으로 이용되었으나, 일제의 잔재를 없애기 위한 온 겨레의 노력으로 1987년부터 그 옛날 본래 궁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홍화문, 명정전(조선 왕조의 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통명전, 양화당, 춘당지 등이 있으며 구름다리를 통하여 종묘와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창경궁 대온실은 대한제국 순종 융희 3년(1909)에 준공한 온실로써, 건축 당시 한국 최대의 목조구조의 온실이었다. 이색적인 분위기로 SNS 인증샷을 찍는 커플들이 줄을 서는 곳이다.

창경궁

창덕궁과 후원

창덕궁(사적)은 창경궁 통명전 왼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연결되는 문을 통해 진입 가능하다. 창덕궁은 1405년 경복궁 다음으로 지어진 별궁이었다. 정궁인 경복궁의 동쪽 방면에 있다 해서 ‘동궐’이라고도 했다. 조선 제9대 성종 때부터는 여러 임금들이 여기서 지내 본궁역할을 하는 궁궐이 됐다. 임진왜란 때에는 창덕궁은 불에 타고 만다. 1611년 광해군에 의해 다시 지어진 궁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인정전, 대조전, 선정전, 낙선재 등 많은 문화재가 곳곳에 있어 눈길을 끈다.
창덕궁 후원은 태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임금을 비롯한 왕족들이 휴식하던 곳이다. 후원은 북원(北苑), 금원(禁苑)이라고도 불렀으며, 고종 이후 비원(秘苑)으로 불렀다. 낮은 야산과 골짜기에 원래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채 꼭 필요한 곳에만 사람의 손을 댄 우리나라의 으뜸가는 정원이다. 부용정과 부용지, 주합루와 어수문, 영화당, 불로문, 애련정, 연경당 등을 비롯한 수많은 정자와 샘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가을날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창덕궁 후원의 전경

  • 서순라길과 익선동

    창덕궁을 둘러보고 돈화문을 빠져나오면 배가 고플 시간. 길을 건너면 서순라길 입구다. 이 길은 서울 종로구 종로 150-3에서 권농동 26까지를 잇는 도로로, 옛 조선의 치안을 담당하는 순라군이 다니던 길이다. 종묘를 순찰하던 순라청의 서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서순라길’로 부른다. 카페와 공방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길 하나만 건너면 아기자기한 식당이 밀집한 익선동이다.

  • 서순라길의 가을

  • 운현궁

    익선동에서 5분만 걸으면 운현궁에 닿는다. 흥선대원군의 일가가 거주하고 생활한 사저였으며, 조선 26대 임금인 고종이 임금이 되기 전까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창덕궁이 조선 초기∼중기의 장식적이고 화려한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면 운현궁은 조선 후기의 간결하고 직선적인 한옥의 전형을 보여준다.

  • 운현궁의 전통 한옥

북촌 한옥마을

운현궁에서 안국역 4거리를 건너면 북촌 한옥마을이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이다. 그리고 많은 사적들과 문화재, 민속자료가 있어 도심속의 거리 박물관이라 불리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라고 이름으로 붙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서울시에서 옛 풍문여고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하여 건축한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여 점의 공예품과 공예자료를 수집,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 전면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열린송현 녹지광장이 펼쳐진다.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있는 공간을 공원화한 곳. 송현동 부지는 일제강점기 식산은행 사택, 해방 후 미군 숙소, 미대사관 숙소 등으로 활용되어 오다가 1997년 우리 정부에 반환되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되어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2022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로 소유권이 넘어오고 서울시로 다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시민에게 개방됐다.
송현동에서 경복궁 방향으로 넘어가면 사간동 갤러리 밀집 지대다. 삼청동쪽으로 더 올라가면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 닿는다. 조선시대 소격서, 종친부, 규장각, 사간원이있던 자리에 자리며, 영화 ‘서울의 봄’ 배경인 옛 기무사령부가 있던 터다. 전시실과 디지털정보실, 멀티미디어홀, 영화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 북촌한옥마을

  • 종로 송현동 녹지광장

경복궁과 청와대

미술관에서 길을 건너면 우리나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경복궁이다. 1395년 조선왕조의 법궁으로 지어진 경복궁은 동궐(창덕궁)이나 서궐(경희궁)에 비해 위치가 북쪽에 있어 ‘북궐’이라 불리기도 했다.
경복궁은 5대 궁궐 가운데 으뜸의 규모와 건축미를 자랑한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즉위식을 가진 왕들을 보면 제2대 정종, 제4대 세종, 제6대 단종, 제7대 세조, 제9대 성종, 제11대 중종, 제13대 명종 등이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상당수의 건물이 불타 없어진 아픔을 갖고 있으며, 고종 때에 흥선대원군의 주도 아래 7,700여 칸에 이르는 건물들을 다시 세웠다.
정전인 근정전과 더불어 경회루와 향원정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흥례문 밖 서편에는 국립고궁 박물관이 위치하고있고, 경복궁 내 향원정의 동편에는 국립민속 박물관이 있다.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으로 나가면 청와대 정문과 연결된다. 2022년부터 관광지로 변신한 청와대도 볼거리 천지다. 북악산 자락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청와대는 화요일 휴장한다.

  • 경복궁 근정전의 즉위식

  • 청와대

서촌과 수성동 계곡

경복궁, 청와대에서 서쪽을 길을 건너면 서촌이다. 서촌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의 사이의 청운동과 효자동, 사직동 북부 일대를 말한다.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왕족이나 사대부 등 권력자들이 거주했고, 많은 역사적 사건과 문화 예술 활동이 벌어졌다. 조선 중후기엔 서촌 중남부의 인경궁 터에 평민들도 많이 들어와 살았으며, 중인들의 문화 활동도 활발했다. 일제 강점기 이후엔 문인과 예술인들의 활동이 많았다.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수성동 계곡에 꼭 가보자. 서울 도심과 지척이 곳에서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 배경이 된 빼어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코스를 정주행 했다면 엄청 배가 고파질 시간. 서촌 일대 맛집은 다양한 선택권이 있어 즐겁다. 서촌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왁자지껄 대중적인 분위기, 길 건너 창성동과 효자동 쪽에는 고급스러운 식당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