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7월에 떠나는 연꽃 명소 여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는 전국의 연꽃 명소가 힐링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새벽녘에 만개하는 연꽃의 고고한 향기를 맡는 것은 최고의 사치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처염상정(處染常淨).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사자성어다. 이 말이 공감되는 이유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심신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서 오롯이 연꽃을 바라보니, 일상의 갑갑함이 잠시나마 달아난다.
매화 · 난초에 버금가는 고고한 향기를 품은 꽃을 찾는다면, 7월에 만개하는 연꽃이 답이다. 연꽃 향기는 부지런한 사람에게 허락된 최고의 사치다. 연꽃은 새벽에 만개하고 낮이 되면 꽃잎이 닫히거나 시들어 버린다. 밤새 쏟아지던 장맛비가 거짓말처럼 뚝 멈춘 새벽녘에 깨어있는 상태라면 재빨리 가까운 연꽃 명소로 떠나보자. 후회 없는 나들이가 될 것을 장담한다.
분홍색 계통의 홍련, 흰색 계통의 백련, 노란색 계통의 황련, 파란색 계통이라고는 하는데 실은 보라색에 가까운 청련 등이 있다. 연꽃과 비슷한 꽃은 수련이다. 구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연꽃은 잎이 수면 위로 튀어나와 있지만, 수련은 잎이 수면에 바짝 붙어서 나온다.
연꽃 문양, 연화문(蓮花文)은 이집트 · 그리스 · 메소포타미아 · 인도 등 고대문명권을 중심으로 신화적 종교에서 두루 쓰였다. 특히 연꽃의 원산지 인도의 종교에서도 연꽃은 중요한 상징이다. 힌두교의 브라흐마는 연꽃에 앉은 형상이고 비슈누의 지물 중에는 연꽃 봉우리 모양을 한 몽둥이가 있다. 현대에서 연꽃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교는 불교다.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의 특성을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풀어낸다. 천주교에서는 성 토마스의 상징물 중 하다. 말년에 인도에서 포교 활동을 펼치다가 순교했다는 전승을 따랐다. 성 토마스 십자가 끝에는 연꽃 장식이 있다.
연꽃은 예로부터 식용으로도 자주 사용됐다. 대표적으로 연근과 연잎밥이 있다. 연근은 특유의 단맛과 아삭아삭한 식감 덕분에 여러 요리에 두루 쓰이는 식재료다. 뿌리 식물인 카사바처럼 전분을 얻을 수 있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연근에는 철분, 아미노산, 비타민 C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타닌도 듬뿍 들어 있어 상처가 빨리 낫게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카테킨 등의 성분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액의 점도를 개선하여 물질대사를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수족냉증, 저체온의 개선에도 뛰어난 효과를 준다.
연꽃을 이용한 차도 다양하다. 찻잎을 연꽃잎으로 싸서 재워두거나 연잎 자체를 말려서 찻잎으로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커다란 수반에 연꽃을 펼쳐 놓고 녹차를 넣어 우려 마시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연잎차는 중국 삼대 미녀인 양귀비가 애음한 다이어트차로 유명하다. 연잎을 갈아 가루로 만들어서 차로 마시거나 요리에 넣어 먹는 경우도 있다.
양평 두물머리 세미원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국내 최고의 연꽃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약 18만㎡ 규모의 공원에 연꽃을 비롯한 수생식물들이가득한 6개 이상의 연못이 자리 잡았다. 연못 둘레로 조성된 산책로도 구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걷는 맛이 좋다. 세미원 연꽃의 개화 시기는 매년 6~8월. 그 중에서도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가 절정이다.
약 10년 전, 이곳은 악취가 진동했던 습지였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주민이 모이고, 환경단체의 도움과 지자체 지원으로 현재의 세미원이 탄생할 수 있었다. 왜 이곳이 환경정화 기능이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미원과 함께 있는 연꽃박물관은 우리 문화, 역사 속의 연꽃을 심도 있게 다룬 박물관이다. 한반도에 불교가 정착한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긴 세월 동안, 연꽃이 우리 선조의 일상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양평 두물머리 세미원
전주 덕진공원
전주 IC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팔달로 변에 위치한 덕진공원은 고려 시대에 형성된 자연호수가 1978년 4월 시민공원 결정 고시에 따라 도시공원으로 조성된 이후 전주 시민의 휴식처 역할을 해왔다. 14만 8,800㎡(약 4만 5,000평)의 경내에는 남쪽으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연못과 북쪽의 보트장을 동서로 가로지른 현수교가 그사이를 양분하고 있다.
덕진공원 연꽃은 1974년 심은 홍련으로, 진한 연분홍빛에 꽃봉오리가 크고 색이 진하다. 이곳에는 연꽃을 비롯해 창포 · 부들 · 말즘 등 수생식물과 논병아리 · 해오라기 · 잉어 등을 볼 수 있다.

전주 덕진공원
부여 궁남지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으로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충청권에서는 연꽃 명소로 가장 유명하다. 지도에서 궁남지를 찾아보면 가운데 동그란 호수를 중심으로 상형문자처럼 작은 공간이 가득하다. 이는 크고 작게 나뉜 습지다.
궁남지에서는 매년 7월에 부여 서동 연꽃축제가 열린다. 궁남지 물은 약 8km 떨어진 능산리 동쪽 산골짜기에서 끌어왔다고 한다.
백제 무왕이 연못에서 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연못 축조 기술은 통일신라로 이어지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전파돼 일본 조경의 원류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서동공원과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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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연꽃단지
연꽃, 연잎, 연근을 원료로 한 가공 사업에서부터 체험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연꽃 단지다. 밀양아리나(구 연극촌) 바로 옆에 있다.
여름에는 무성한 연잎과 핑크빛 연꽃이 장관을 이루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색다른 볼거리를 연출한다. 늦가을에 즐길 수 있는 연근 캐기 체험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로 옆에 있는 밀양아리나에서는 주말이면 버스킹,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
밀양 연꽃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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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회산백련지
일제강점기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축조한 저수지였으나 개발로 인해 정체성을 잃은 공간이 되자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마을 주민 정수동씨가 저수지 가장자리에 연뿌리 12주를 심은것이 회산백련지 연꽃의 시초다.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백련 재배지로 알려져 있다.
회산백련지 주변에는 무안군이 운영하는 물놀이장이 있어 어린 자녀 동반 여행에도 알맞다. 유아 및 어린이풀, 성인풀, 파도풀을 비롯하여 샤워실, 매점, 그늘쉼터 등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
무안 회산백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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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 가시연 습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연꽃과 함께 신비로운 가시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시연은 수련과(科) 가시연속(屬)에 속하는 식물로 오래된 연못, 저수지, 호수 등에 산다. 한국, 중국, 대만, 인도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 전체에 가시가 많이 돋은 연이라는 뜻에서 가시연이라 불린다. 가시연은 원형의 잎 한장이 지름 약 2m까지 커지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습지옆으로는 경포호수를 낀 한적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산책로를 걸으며 다양한 야생화와 조각공원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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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 가시연 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