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동산PF대책
혼란 피하려면
수요부터 진작해야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확대 방침과 금융당국의 금융시스템 위기관리 계획이 상충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과제인 주택수요회복이 선행되면 부동산PF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것이다.
글 김형범
정책관리본부장
금융감독원, 2월 5일 업무계획 발표
부동산PF 부실 정리 등 연내 마무리하기로
경 · 공매사업장 일시 쏟아질까…주택업계 ‘난색’
-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5일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를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로드맵에서는 연체유예 또는 여러 차례 만기를 연장하는 등 사업성이 현격히 낮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예상손실 100%를 장부에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 2분기 중에는 사업성 평가기준을 개편해 부실 사업장 재분류를 통해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하고 확보된 여력을 바탕으로 사업성 없는 사업장은 경 · 공매 등을 통한 정리 · 재구조화를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한 사업성이 악화된 브릿지론 단계의 PF 사업장을 구조조정하면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어 국민 주거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금융감독원의 계획을 접한 주택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동산PF의 연착륙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경착륙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이 지금보다 심각한 장기침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특히, 부동산PF 연체와 만기연장 사업장이 대부분 몰려있는 대구 등 비수도권은 심각하다. 이들 지역에서 부실정리 로드맵에 따라 경 · 공매사업장이 일시에 쏟아질 경우 장기간 주택공급 단절로 향후 주거불안은 물론이고 금융권까지 부실과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수요대책이 나오면 살아날 수 있는 사업장인데도 서둘러 퇴출해 버리면 브릿지론으로 투입된 자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해 부실채권이 된다. 실적이 저조해 충당금 쌓을 여력이 떨어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경공매에서 후순위로 밀려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퇴출경고를 받은 금융권이 지나친 속도전에 나설 경우 알짜 사업장 위주의 구조조정을 가져와 부실 사업장은 오히려 더 뒤로 밀리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1.10주택공급대책에는 유동성 지원방안 담겨
HUG 보증 발급, 유동성 적시 공급하기로
금융당국은 상반된 입장…위기관리에 초첨
-
정책당국의 엇갈린 부동산PF 대책은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금융감독원의 업무계획 발표에 앞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1.10 대책에서는 사업장별 재구조화와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방안이 담겼다. 고금리 PF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기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발급하고 정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유동성을 적시에 공급하기로 했다.
부동산PF 정상화를 두고 국토부의 주택공급확대와 금융당국의 금융시스템 위기관리가 상충되는 모양새다. 가장 도드라지게 상반되는 것이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다.
1.10 대책에서는 HUG PF보증의 시행사 자기자본 선투입비율 10%를, 시공능력순위 100위 이내 시공사는 5%로 완화하기로한 반면, 금융감독원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10% → 20%로 강화 시
민간아파트 시행사 대부분 소멸 우려
주택수요회복 선행되면 부동산PF 문제도 해결
아파트 시행사는 앞으로 어떤 기준에 맞춰 PF 자금계획을 수립해야 할지 막막하다. 더군다나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총토지비 10%에서 총사업비 20%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향후에 민간아파트 시행사는 대부분 소멸되고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본래 부동산 개발금융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자본이다. 그렇다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강제한다면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이어지는 개발사업 자금조달 시스템이 마비되어 주택공급 감소와 그로 인한 주거불안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개입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주택수요 회복이다. 수요가 회복되면 정상 사업장의 조기 정상화와 부실 사업장의 정리 · 재구조화가 동시에 해결된다. 주택금융 정상화에 국토교통부, 금융당국을 비롯한 관계부처가 지혜를 모아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