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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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 필로티 건물의
내진성능확보와 내진갈고리

튀르키예 강진 소식에 우리 국민들은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의 위험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느끼게 됐다.
우리나라도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에서 큰 피해를 입었으며, 특히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피해가 컸다.
이후 필로티 구조의 내진성능 확보를 위해 적용되기 시작한 선진기술을 비롯해,
최근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경제적인 대안공법들을 숙지하고 주택건설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김태완
강원대학교 교수

지진 대비 강화에도, 포항 지진시 필로티 건물은 피해

최근 튀르키예 강진으로 수많은 건물이 붕괴하여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해외에서 이 같은 큰 지진이 발생하면 국내에도 늘 지진과 관련한 많은 이슈가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튀르키예 현지의 피해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었을 뿐 지진에 대한 국내의 대비 상태에 관한 언급은 이전에 비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전의 경주 및 포항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대비가 과거에 비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9월 주차장 기준이 강화된 이후 급격히 늘어난 필로티 구조의 저층 소규모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2017년에 발생한 포항 지진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는 주로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필로티층이라 불리는 1층의 기둥과 코어 벽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고, 이후 강화된 필로티 건물의 내진설계기준과 지침에 실린 기둥 띠철근 갈고리 상세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1> 포항지진에서 필로티 건물의 피해
필로티 1층, 낮은 횡력 저항력과 철근량 부족이 원인

필로티 건물의 2층 이상은 수많은 벽체로 이루어진 반면에 1층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대부분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따라 1층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횡력 저항 능력을 지녀 피해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에 더해서 1층 기둥의 띠철근과 벽체 수평 철근의 양도 부족했다. 이들은 대부분 D 10 철근이 300mm 간격으로 배근 되어 있었다. 건물의 형태나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같은 배근이 사용된 이유는 횡 방향으로 작용하는 지진력에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중력이 작용하는 수직 방향에 대해서는 필요한 철근의 양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 기둥의 주철근과 벽체의 수직 철근의 양은 충분했다. 하지만 지진력이 작용하는 횡 방향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여 기본철근만 배근한 것이다.

필로티 기둥 띠철근에 비내진갈고리 사용도 원인

피해에 영향을 미친 더 결정적인 이유는 기둥 띠철근의 갈고리였다. 갈고리는 <그림 2>와 같이 90도와 135도 갈고리로 나누며 전자는 비내진, 후자는 내진갈고리로 구분한다. 지진으로 기둥이 거동할 때 띠철근은 기둥의 코어 콘크리트를 보호하고 주철근이 휘는 좌굴현상을 방지한다.

<그림2> 띠철근 갈고리, 비내진(왼쪽), 내진(오른쪽)

포항 지진에서 피해가 발생한 기둥은 모두 비내진갈고리가 사용되었고 지진 후 완전히 풀려 있었으며 <그림 3>처럼 코어 콘크리트가 파괴되고 주철근의 좌굴이 발생했다. 이러한 결과로 기둥은 지진력이 가해졌을 때 연성 거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파괴됐다.

<그림3> 기둥 띠철근 갈고리 풀림
2018년 ‘필로티 건축물 구조설계 가이드라인’ 마련

포항 지진 발생 직후 국토교통부는 대한건축학회에 의뢰해 필로티 건물의 피해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 및 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 결과로 2018년에 ‘필로티 건축물 구조설계 가이드라인’에서 필로티 건물의 내진설계와 관련한 사항들을 상세히 제시했으며, 2019년에 개정된 ‘건축물 내진설계기준(KDS 41 17 00)’에서도 관련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되었다.
개정 기준에서는 앞서 부족하다고 언급한 기둥 띠철근과 벽체 수평 철근량 및 띠철근의 135도 갈고리 등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행정적으로 설계자는 ‘내진설계 체크리스트’를, 공사 시 감리자는 ‘내진설계 품질관리 체크리스트’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이처럼 설계에서 시공, 감리 단계에까지 내진설계기준을 정확히 따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명시함으로써 이후 건설되는 필로티 건물은 내진성능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 4> 건축물 내진설계기준 및 가이드라인
띠철근에 ‘135도 내진갈고리’ 시공이 가장 중요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기둥 띠철근의 135도 내진갈고리 시공이다. 기둥의 내진성능 확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띠철근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진 시 띠철근의 갈고리가 풀리지 않아야 하며, 이를 보장하는 것이 내진갈고리다. 하지만 내진갈고리 시공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므로 저층 필로티 건물을 건설하는 소형현장에서는 부담이 큰 것이현실이다.
그렇더라도 내진갈고리는 필로티 건물의 내진성능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만족해야 할 조건이다.

갈고리 사용 않고도… 경제적인 대안공법 개발 활발

필로티 건물의 내진성능을 확보하고자 135도 갈고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띠철근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 공법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그 방법은 90도 갈고리를 사용하면서 추가적인 철물을 통해 지진에 거동 시 갈고리가 풀리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림 5>는 추가적인 철물의 한 예로 ‘ㄷ’자 형태의 체결 클립을 보여주고 있다. 이 체결 클립은 띠철근이 만나는 곳에 설치하는데 띠철근이 클립의 골에 위치하도록 <그림 6>처럼 조립한다.

<그림5> ‘ㄷ’자 체결 클립의 형상
<그림6> 체결 클립이 설치된 사례

‘ㄷ’자 체결 클립은 다양한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데, 단일 띠철근을 사용할 때는 <그림 7>과 같이, 복수 띠철근을 사용할 때는 <그림 8>과 같이 설치할 수 있다.
‘ㄷ’자 클립을 사용하면 135도 내진갈고리에 비해 시공성을 개선하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법은 기준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전문 학회 또는 기관에서 인증 절차를 거쳐 확인받아야 적용할 수 있다. 135도 내진갈고리와 동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인증받아 현장에 적용하면 내진 안전성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없다.

<그림 7> 일체형 체결 클립 상세도 (단일 띠철근일 때)

<그림 8> 분리형 체결 클립 상세도 (복수 띠철근일 때)
소형주택 내진성능 확보 위해 참여자 모두 노력해야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고층아파트 건물은 대형건설사들이 설계 및 시공하여 품질에 대한 불안감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서민들의 주거로 사용되는 저층 필로티 건물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건설사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항 지진 이후에 강화된 기준 및 절차로 인해 새로 신축하는 필로티 건물의 내진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고 본다. 하지만 설계자, 시공자와 감리자,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 모두의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참여자는 다소 과해 보일지라도 기준 및 절차가 내진성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을 이해하고 잘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포항 지진에서 필로티 건물의 완전 붕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만약 지진의 강도가 조금이라도 더 강했더라면 붕괴도 발생했을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시공한다면 서민들의 주거인 저층 필로티 건물이 지진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