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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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탈 것

모노레일 타고 즐기는 여행

날씨가 풀리는 3월이 되면 겨우내 멈춰 있던 모노레일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하늘 위 선로를 느리게 달리며 이른 봄기운을 만끽해 보자.

문유선
여행작가

  • 수도권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모노레일은 곤지암 화담숲에 있다.

모노레일은 출렁다리, 케이블카와 함께 최근 국내 주요 관광지에 가장 많이 들어선 즐길거리다. 모노레일은 Mono+rail. 단궤(궤도가 하나)이거나 레일이 하나뿐인 철도의 총칭이다.
많은 이들이 처음 타본 모노레일은 놀이공원에 있는 시설일 것이다. 특별한 쾌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빠른 속도도 없지만 느리게 움직이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케이블카가 ‘두둥실~’ 떠가는 기분이라면 모노레일은 ‘철커덩 철커덩~’하는 기차와 흡사한 느낌이다.
국내 관광지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이동과 주변 풍광을 즐기는 두 가지 목적을 만족시킨다. 세계 최초의 여객용 모노레일은 1901년 독일 부퍼탈(Wuppertal)에서 개통했고 저렴한 설치 비용과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꽃나들이 핫플레이스 광주 곤지암 화담숲 모노레일

수도권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모노레일은 곤지암 화담숲에 있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지난 2006년 4월 조성승인을 받아 16만 5,265㎡(약 5만평)에 조성됐다. 정식개원은 2013년으로 16개의 테마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4,000여종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화담숲은 겨울에는 휴원에 들어가는데 3월 초중순 문을 열고 온라인 예약을 먼저 오픈한다. 꽃나들이 핫 시즌에는 ‘광클’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곤지암 모노레일은 노약자의 편리하고 안전한 관람을 위해 화담숲 서쪽 이끼원 입구 - 화담숲 정상 - 분재원 사이를 지나는 1,213m 순환선으로, 전체 운행 소요시간은 약 20분이다.
화담숲을 휘감으며 흐르는 계곡물은 1급수 수준으로 관리된다. 가재와 도롱뇽이 알을 낳고 살아가는 청정생태 공간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소나무정원은 1,300여그루의 명품 소나무가 볼거리다. 오랜 세월 동안 가꾸어 온 다양한 형태의 분재를 만날 수 있는 ‘분재원’과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정원’ 등도 둘러보자.

꽃구경 하기 좋은 화담숲 모노레일
내륙의 바다를 보며 달린다 제천 청풍호 모노레일

청풍호는 1985년에 준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다.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불리는 이 거대한 호수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담수량이 크다.
청풍호가 자리한 곳에 흐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은 파수(巴水)였다. 청풍 사람들은 이 파수를 청풍강이라 불렀다. 따라서 이곳에 조성된 호수를 자연스럽게 청풍호라 불렀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헌상에도 청풍호라는 지명은 충주댐 수몰 이전인 1982년부터 나타나고 있다.
청풍호를 구경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최근에는 비봉산 정상까지 연결된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531m)정상에 올라가 그림처럼 펼쳐진 청풍호를 굽어보는 일정이 최고 인기다. 청풍호 관광모노레일은 왕복 2.9km 길이로, 편도 23분이 소요된다. 23분만 편안하게 앉아 있으면, 발아래 장쾌하게 펼쳐진 내륙의 바다 청풍호의 풍광을 접할 수 있는데 사전 예약이 필수다.
이 모노레일은 정상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이용하던 동호인들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지만 최근 관광객을 태울 수 있는 크기로 새단장해 누구라도 쉽게 그림같이 펼쳐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정상에 올라서면 청풍면의 진산인 인지산, 퇴계 이황이 극찬했던 수려한 경관의 금수산을 비롯해 동산, 대덕산, 부산, 관봉 등 주변 명산은 물론 저 멀리 소백산 줄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청풍호 모노레일
  •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모노레일 출발지점
폐채석장 리사이클 포천 아트밸리 모노레일

지난 2003년 개장한 포천 아트밸리는 버려져 방치되어 있던 폐채석장에 문화의 향기를 입혀 탄생시킨 복합 문화공간이다. 직벽을 이용한 무대에서 연중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전망대, 산책로, 조각공원, 돌 문화 전시관 등의 관람시설이 있고 진입로에는 모노레일이 다닌다. 화강암을 채석하던 공간에 생겨난 웅덩이는 수심 20m의 호수가 됐고 도롱뇽과 피라미가 산다.

포천시에 위치한 아트밸리 모노레일
봄에 만나는 겨울 용평리조트 애니포레 모노레일

봄과 겨울이 교차하는 계절, 겨울 풍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면 평창으로 떠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까지 눈이 녹지 않는 발왕산 용평리조트 한편에는 동물과 숲, 사람을 위한 공간 ‘애니포레(AniFore)’가 있다.
산의 들풀과 잡목을 태운 밭에서 농사를 짓던 화전민이 떠난 자리에 독일 가문비나무 1,800여 그루가 식재됐다. 이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 우리나라 최대의 가문비나무 군락지를 이루게 됐고 애니포레로 조성돼 2021년 문을 열었다.
발왕산 등산로 ‘엄홍길’이 시작되는 입구 옆 애니포레 더 골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알파카 모노레일에 몸을 싣는다. 스키 슬로프를 오른쪽에 두고 비탈을 오르는 모노레일의 속도는 무척 느리지만 잠시 후 펼쳐질 또 다른 순백의 세상을 기대하며 조급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모노레일을 타고 10분 남짓. 내려서 애니포레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한 독일 가문비 군락이 시선을 압도한다. 광활한 눈밭 위로 길고 빼곡하게 솟은 가문비나무 군락이 무척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천천히 걸어 ‘라온’ 목장길에 닿는다. 알파카 10여 마리가 목을 쭉 빼고 먹이를 기다린다. 먹이를 손바닥에 올리기 무섭게 달려드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이른 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용평리조트 모노레일
맛따라 길따라 충남 예산 예당호 모노레일

충남 예산 예당호는 인공호수다. 예당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1929년 4월에 착공해 광복 전후 중단됐다가 1963년 완공했다. 둘레 40km, 동서 2km, 남북 8km에 이른다. 1986년 국민관광지로 개발됐고 지금은 예당호출렁다리와 음악분수, 느린호수길 등을 즐길 수 있는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8일 개통한 예당호 모노레일은 길이 1.3㎞의 노선을 24인승용 모노레일 3대가 24분간 순환 운행한다. 예당호의 사계절과 숲, 조각공원의 예술작품 등을 빛과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등으로 표출하면서 탑승객들에게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실감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백종원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충남 예산에는 맛집이 많다. 예당호 주변에는 민물매운탕집이 많고 수덕사 아래 산채정식도 입맛을 돋운다.

  • 예산 예당호 모노레일. 사진제공 예산군청
  • 예산 예당호 모노레일. 사진제공 예산군청
이른 봄부터 인기 울진 죽변해안 스카이레일

짙푸른 동해바다와 명품 금강송 숲, 온천과 대게 만찬이 기다리는 경북 울진은 이른 봄 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울진 죽변해안 스카이레일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렀던 ‘폭풍 속으로’ 세트장과 ‘하트해변’(곡선 해안 중간 갯바위가 수면 위로 튀어나온 모양이 꼭 하트같다고 해서 이름붙었다)의 중간을 달리는 왕복 4.8㎞의 관광용 모노레일이다.
4인승 궤도차량이 해안선을 따라 시속 5㎞ 속도로 움직이는데, 조금 빨리 걷는 수준이어서 바다 풍광을 좀 더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레일 상부 정류장인 후정 해수욕장에 다다르면 지난해 개관한 국립 해양과학관이 여행객을 맞는다. 국내 최초의 해양과학 전문 전시·체험·교육기관답게 전시물과 체험시설이 다양해, 바다와 바다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좋다. 독도에서 남극까지 탐험하는 가상현실 모험(VR 어드벤처)과 3면 입체영상관도 인기다.
과학관 밖에는 바다 한가운데로 곧게 뻗은 길 끝에 해중 전망대가 자리한다. 수심 6m 바닷속으로 걸어 내려가면 동해를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와 해초를 마주할 수 있다.

울진 죽변해안을 달리는 스카이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