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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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택 인식 조사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주택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사뭇 차이를 나타냈다.
최근 글로벌 리서치 회사가 실시한 주택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구정은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입소스(IPSOS), 30개국
주택 인식과 태도 조사 발표

세계적으로 주택소유자와 임차인 모두 자국의 주택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유사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된 보고서가 있다.
지난 2월 입소스(IPSOS, 글로벌 리서치 회사)에서 발표한 ‘IPSOS HOUSING MONITOR 2025’가 그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 등 30개국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주택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조사 내용을 담고 있는 글로벌 보고서다.
보고서에서는 주택에 대한 생각은 지역과 시장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에 대한 열망과 소유하고자 하는 의지는 국가와 세대에 관계없이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주택보유의지가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해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글로벌 조사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남다른 주택보유 의식을 이해하는 것은 정책수립을 하는 정부는 물론 주택연구를 하는 학자,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사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이므로 조사 결과를 자세히 소개해 본다.

1 선호하는 주거지는?

단독주택, 교외 선호하는 세계인들
한국인은 아파트 63%, 도심 73% 선호한다

한국 사람은 어떤 집을 원할까. 단연 도심내 아파트다. <그림1>은 30개국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를 질문한 결과이다.
세계적으로 선호하는 주거지는 도심내 단독주택(23%), 농촌지역의 단독주택(22%), 도심내 아파트(20%), 교외지역의 단독주택(19%), 교외지역의 아파트(10%) 순으로 나타났다. 다시 분류해 보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비중이 64%로 높고, 아파트 선호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도심내 주택을 선호하는 비중은 43%이고, 교외나 농촌지역 선호 비중은 51%로 더 높다. 입소스의 조사는 세계적으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도심보다는 교외·농촌지역을 좋아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인은 세계적인 트렌드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주거지는 도심내 아파트가 55%로 월등히 높다. 그다음 선호 주거지는 도심내 단독주택(18%), 교외지역의 단독주택(11%), 교외지역 아파트(8%), 농촌지역 단독주택(4%) 순이다. 이를 분류해 보면, 한국인의 아파트 선호비중은 63%, 도심지 선호비중은 73%로 세계 평균 대비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림1> 조사국가별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단위: %)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정책과 제도를 벤치마크해서 국내시장에 적용하곤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이들 국가 사람들과 한국 사람은 주택에 대하여 상당히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다.
미국인의 61%, 영국인의 64%가 교외·농촌지역의 단독주택을 선호하며, 일본인이 제일 선호하는 주거지는 교외지역의 단독주택(36%)으로 도심내 아파트를 원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독일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 역시 농촌지역의 단독주택(29%)이다.
한국인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국가는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정도가 있다(<그림2> 참조). 싱가포르 주거정책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토지가 국가소유이며 공공주택에서 90%에 이르는 국민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택시장 상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인은 도심내 아파트를 월등히 선호하는 만큼 사업 입지를 결정하고 상품을 기획할 때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림2> 선호하는 주거지 유형별 해당국가
2 주택 보유 의식은?

한국인, 10명 중 8명 “집 갖고 싶다”
세계 평균 7.3명에 비해 자가보유의식 높아

한국인의 주택보유의식은 어떨까. 국토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2023년 기준)를 보면 주택보유의식이 87%다. 즉 한국사람 10명 중 8.7명은 집을 갖고 싶어한다. 자가가구의 98%, 전월세가구의 73%(전세 81%, 보증부월세가구 69%)가 집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는 56%에 불과하고, 무주택가구가 962만 가구에 이른다. 전월세가구의 주택보유의식을 적용해 보면, 무주택가구 중 집을 갖고 싶어하는 가구가 700만 가구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집 갖기를 원하는 모든 가구가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는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은 것이다.입소스 조사 결과를 보면,
세계적으로 자가보유를 희망하는 비중은 73%다. 한국은 80%로 헝가리, 인도네시아 등 7개 국가를 제외하고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70%), 영국(71%), 독일(70%), 일본(36%)보다 높다.
특히 일본의 자가보유의식은 조사국 중에서 제일 낮다 (그림3). 한국사람의 62%는 집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내 집이 없으면 안정감을 못느끼는가’라는 질문에 62%가 동의했다. 영국(55%), 미국(49%), 독일(45%), 일본(36%)보다 높은 동의율이다.
한국사람은 주택보유의식이 높고, 집이 있어야 삶의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부동산소유에 대한 집착이 조사국 중에서 가장 높은 이유일 것이다. ‘부동산 소유에 매우 집착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인은 26%, 미국인은 25%, 독일인은 28%, 영국인은 30% 정도가 동의했다. 한국인은 67%가 동의했다.

<그림3> 자가소유를 희망하는가(동의율)
<그림4> 자기집이 없으면 안정감을 못느끼는가(동의율)
3 주택 소유와 행복감

주택소유자가 임차인보다 더 행복
소유자의 71%, 임차가구의 47% “행복하다”

입소스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소유자가 임차인보다 더 행복하다. <그림5>에서 보듯이 주택소유자의 71%가 행복하다고 응답했지만, 임차가구는 47%만이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주택소유자는 14%가 불행하다고 했지만, 임차가구는 28%가 불행하다고 했다. 주택소유자가 임차인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내 집 마련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림5> 주택소유와 행복감
자료: IPSOS, 2025.2, 「Ipsos Housing Moniter 2025 : A 30-Country Global Advisor Survey」
4 가장 큰 주거문제는?

높은 집값, 높은 이자율, 높은 임대료 걱정
과밀, 낮은 주택 품질에 대한 문제인식도 높아

최근 국내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문제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지만 사실 높은 집값은 세계의 공통된 주택문제 중 하나다. 높은 집값, 임대료 상승, 높은 이자율, 높은 세금, 건축 공사비 상승 등 세계적으로 공통된 주택문제를 겪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인이 주로 인식하는 문제는 높은 집값(65%), 높은 이자율(31%), 높은 임대료(29%), 건축 공사비 상승(29%), 높은 세금(23%), 과밀(23%), 낮은 주택 품질(19%) 순이다.
특이한 점은 과밀, 낮은 품질에 대한 문제인식이 높다는 것이다. 과밀을 해소하고 주택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후화된 주택을 정비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주택사업자에게도 노후주택정비는 현존하는 미래시장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종합해 보면, 한국인은 부동산 소유,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또한, 높은 이자율, 과밀, 낮은 주택품질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성을 자세히 살펴 주택정책과 주택사업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표> 각국에서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주거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