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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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낭만 가득한 그 이름

아름다운 풍광과 낭만적인 서사로 사랑받는 겨울 바다 7곳을 소개한다.
추운 계절에 더 푸르러지는 겨울 바다는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 서울관광재단 제공

제주 광치기 해변의 짙푸른 바다와 성산일출봉

“바다 보러 갈래?”가 “라면 먹고 갈래요?”처럼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바다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바다는 ‘무한함’과 ‘자유’의 상징이다. 생명의 근원인 바다. 끊임없는 재생과 치유가 이뤄지는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바다는 언제 가도 좋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 바다다. 봄 바다 윤슬의 반짝임이 주는 평온함이나 여름 바다에 둥실 떠오른 뭉게구름이 주는 청량함 같은 것은 대체할 수단이 없다. 가을 바다에는 낙조와 풍요의 노래가 흐른다.
가장 낭만적인 것은 역시 겨울 바다다. ‘겨울 바다’ 이 네글자 단어 속에는 설레임과 낭만 같은, 달뜬 감정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제목이 겨울 바다인 작품 중 유명한 것은 둘이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시인 김남조의 1967년작 ‘겨울 바다’다. 이 시는 지난해 수능 국어 시험에도 나왔다.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가수 유영석이 속해있던 그룹 ‘푸른하늘’ 1집, 1988년 노래다.
2024년의 끝자락, 올해의 마지막 낭만을 즐기러 떠나보자. 겨울 바다로.

강릉 정동진역과 바다부채길

동해안을 대표하는 겨울 여행지. 드라마 모래시계가 나온지 벌써 30년 세월이 흘렀지만 정동진의 명성은 여전하다. 세계에서 바다와 제일 가까이 있는 간이역이고 동해의 푸른 창파에서 우람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맞는 관광객들이 많다. 지난 1997년 정동진 해돋이 관광열차의 운행으로 급부상하여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붐빈다. 폭설이 내린 직후 열차가 들어오는 풍경을 찍기 위해 수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정동진역과 지척에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 있다. 이 길은 썬크루즈 주차장과 심곡항 사이를 잇는 약 2.86㎞의 탐방로다.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친 모양과 닮아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길의 가치는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있다는 것. 겨울날 성난 파도를 내려다 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스 전체를 걷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인근 헌화로는 겨울바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길 이름은 헌화가에서 유래했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가 되어 부임하던 길에 그의 부인인 수로부인이 바닷가 절벽 위에 핀 철쭉을 꺾어 달라 부탁했지만, 위험한 일이므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나서서 꽃을 꺾어 바치면서 헌화가를 불렀다고 한다. 옥계면 낙풍리 낙풍 사거리에서 강동면 정동진리 정동진역 앞 삼거리에 이르는 이 도로는 해수면과 가깝고 고도차가 크지 않아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느낌이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쾌청한 겨울날, 도로 옆 방파제를 때리는 집채만한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이 꿈결처럼 아름답다.

  • 정동진역 부근을 달리는 설국열차

  •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정동진 헌화로

여유로운 고성 공현진 해변

  • 동해바다에서 인파가 붐비는 곳을 피하고 싶다면 여기다. 국도 7호 선상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소박한 어촌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깨끗한 백사장을 갖춘 이 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다. 마을로 들어서는 도로변에는 그물을 손질하는 동네 주민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작은 어촌으로 정겹고 아이들과 조개잡이도 할 수 있어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가까이에 공현진항이 있어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아담한 어촌마을에 자리한 공현진해수욕장

어촌 판타지 동해 묵호항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은 여행자가 기대하는 ‘어촌’에 대한 판타지를 만족시켜 준다. 1937년에 개항한 묵호항은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시작해 현재는 동해안의 어업기지 역할을 한다. 아침 일찍 어선이 입항하는 시기를 잘 맞춰 가면 어시장에서 금방 잡은 싱싱한 횟감을 구할 수 있으며 잡아온 생선을 경매하는 장면을 구경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또한, 건어물 등 쇼핑이 가능한 상점들이 있다.

눈덮인 묵호항의 고요한 일출

백사장이 유명한 고창 동호해수욕장

  • 동호해수욕장 백사장

  • 길게 펼쳐진 백사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4km 이상 펼쳐진 모래사장은 모래발이 가늘고 경사가 완만하여 여름철 많은 피서객이 방문한다. 수심 또한 0.5~1.5m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당하고, 백사장 뒤로 수백 년 된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은 휴식처가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가 특히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또한, 소나무숲 위의 언덕에는 고창의 유일의 해신당인 당집이 있어서 해마다 어민들이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있다.

제주 광치기 해변의 짙푸른 겨울바다

  •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광치기 해변은 제주올레 1코스의 마지막이자 2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새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 성산 일출봉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이 해변은 펄펄 끓던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어지며 형성된 지질구조가 특징이며, 특히 썰물 때는 바닷물에 가려있던 비경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숨은 비경을 선사한다. 용암 지질과 녹색 이끼가 연출하는 장관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자아내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사진명소이기도 하다. 특히 성산일출봉 옆으로 뜨는 일출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 연말연시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해변의 모래는 현무암의 풍화작용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입자로, 검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 제주 광치기해변의 겨울풍경

겨울 왕국의 신비 간직한 울릉도

폭설이 쏟아진 울릉도의 아름다움은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다. 관문 역할을 하는 도동항 풍경부터 다르다. 마치 디즈니 만화 ‘겨울 왕국’에 나오는 아렌델 왕국처럼 신비롭게 보인다. 도동의 해안절벽, 저동 용바위, 장군바위, 삼선암, 송곳 바위 등 널리 알려진 관광지들도 겨울 옷을 갈아 입으면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성인봉 눈꽃 산행과 나리 분지 설원 트레킹 등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체험 요소도 많다.
겨울철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은 날씨에 따라 변동이 극심하다. 일정 앞 뒤로 며칠 정도는 비워 두고 떠나야 안심이다.

  • 울릉도 겨울 바다

  • 울릉도 도동항의 설원

갯벌과 낙조가 아름다운 강화도

  • 강화갯벌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

  • 얼어붙은 갯벌과 철새, 기가막힌 낙조가 기다리는 섬이 강화도다. 규모가 약 3억 4,800만m2에 이르는 강화도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이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연안 습지다. 강화도 갯벌은 한강에서 흘러들어 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자연 정화시켜 바다로 내보내는 자연 자정 능력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해양생태계의 보물창고다. 철새 도래지로서 쇠기러기와 큰 기러기, 각종 도요새 무리를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등 다양한 종류의 철새가 관찰된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갯벌의 보존과 저어새 등 철새들의 서식환경 보호를 위해 ‘강화갯벌 및 저어새번식지’를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