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인구대국, ‘인니’를 가다
PIK2, BSD 신도시 개발계획 관심 가질 만
누산타라 ‘신수도이전사업’ 외국기업 투자 요청…
투자 대비 리스크 높아 참여여부 신중 필요
협회는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용역 중인 ‘해외주택사업 기반조사-인도네시아 편’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주택시장 현지 시찰을 실시했다.
직접 방문해 보고 듣고 느낀 인도네시아 주택시장 현황을 소개한다.
글 이호상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젊은층 중심 인구구조, 잠재성장력 높은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Indonesia). 1만 3,4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가 최근들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떠오르는 신흥 투자대상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이하 인니)는 2억 8,000만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서 39세 이하 인구비율이 65%, MZ세대가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나라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정부가 해외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인니는 거대한 국내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인 만큼 동남아시아의 신흥 투자대상지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인니와 우리나라가 전통 우방국으로서 수교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2017년 양국 정상회담 이후 ‘특별한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발전했으며, 올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면서 양국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0년간 양국 간 교역량은 약 140배 증가했고, 최근 10년간 투자액 규모는 20% 늘었다.
인니의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27년까지 5%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구매력평가 GDP기준으로 세계 7위 수준이며 2022년 5.3%의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2023년 5%의 경제성장률이 전망된다. 40개월 연속 무역수지도 흑자인 상태다. 이러한 안정적인 성장세는 민간 소비분야의 소비수준이 코로나 이전수준으로 회복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던 운송보관업, 숙박, 음식업종의 높은 성장세가 눈에 띤다.
“인니는 지하자원 외에 잠재적인 경제가치가 높은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정치여건이 인니발전의 관건인데 현 조코위도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75%를 상회하고 있으니 해외기업의 투자여건은 괜찮은 편”이라는 것이 현지 진출 건설업체 관계자 말이다.
롯데건설 인니지사 방문, 4,000세대 아파트사업 진행중
이번 인니 주택사업기반조사 연구용역을 맡은 주택산업연구원은 인니 주택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중소중견주택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그동안 각종 문헌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심층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연구용역의 마무리 단계로 지난 11월 주택산업연구원 팀원과 협회 직원 등 3명의 방문단을 꾸려서 인니 자카르타 일원 신도시건설 현장과 관계기관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 방문단 일원으로 참가한 필자가 방문 일정을 따라가 보며 인니(자카르타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오늘을 살펴본다.
11.29(수) 오전 10시에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롯데건설 인니지사. 2018년에 설립된 롯데건설 인니지사는 법인형태로 개발형(디벨로퍼)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GS와 롯데건설만이 인니에서 개발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롯데건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카르타 인구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며 수도권까지 넓히면 약 3,500만명 정도이며, 자카르타와 수도권지역 SOC중 가장 취약해 보이는 분야가 교통이다.
자카르타 시내에 지하철은 2019년에 개통되었지만 전체 구간이 매우 짧고 일부 경전철이 개설되어 있는 정도. 인니 정부도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지하철을 동서간 3단계로 확장을 계획중이고 경전철도 동서간 확장을 위해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곧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양시동 롯데건설 인니지사장은 “인도네시아 첫 진출사업인 코타카사블랑카3 프로젝트를 2019년도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면서, 외국인 중국계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화전략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롯데건설은 코타카사블랑카3사업을 발판으로 롯데캐슬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현지 디벨로퍼가 소유한 가든시티(Garden City)내 4,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사업을 진행중이다. 합작법인(지분:롯데 6, 모던랜드 4)인 롯데랜드 모던리얼티를 2019년에 설립하여 운영 중. 현재 인허가가 거의 완료된 상태이며, 중상위 계층이 분양타깃이다. 선분양이 가능하여 분양대금으로 건설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공은 현지 인니 로컬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공법인의 경우 외국인의 지분은 67% 한도다.
“인니는 정부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에게 개발을 맡기는 형태가 대부분이며, 특히 인니의 경우 개발을 주도하는 디벨로퍼들의 자금력이 막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규모 신도시나 일반 택지지구도 민간 디벨로퍼들이 개발하여 정부의 지정을 요청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는게 롯데건설 관계자 얘기다.

롯데건설 인도네시아 지사 방문 : 관계자 미팅을 마치고 방문단과 롯데건설 인니지사 관계자 간의 기념촬영 장면.
정원주 협회장, 인니 탑3 개발업체 ‘팔로우인탄’ 만나
11월 30일 오전 10시에는 정원주 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니 개발업체 탑3에 드는 ‘팔로우인탄(Pulauintan)’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팔로우인탄에서는 간디술리스티얀토 전 주한인니대사(현 대통령 특별고문), 푸이 수다르토 회장, 벤 수잔토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1990년 7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아파트·호텔·쇼핑몰 등 상업용 건물, 공장창고 등 산업용 건물, 학교·종교 시설 관련 건물 등의 개발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푸이 수다르토 회장은 “현재 우리회사는 뷰티를 중심으로 한 병원건설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의료시설용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사의 인니 내 진료가 가능하도록 법규가 개정된 만큼 뷰티관련 한국 병원의 건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원주 협회장과 인니 개발업체 팔로우인탄(Pulauintan) 관계자와 미팅 장면 : 팔로우인탄측은 뷰티관련 의료시설에 한국기업 투자를 요청했다.(사진 왼쪽부터 푸이 수다르토회장, 간디 술리스티얀토 전 주한인니대사(현 대통령 특별고문), 정원주 협회장)
한·인니 수교 50주년 포럼 열려, 신수도청 대표와 미팅
오후에는 헤럴드경제에서 한인니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정원주 협회장은 포럼에 참석한 신수도청(IKN)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신수도청은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주에 위치한 신수도 누산타라시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인니 대통령직속 특별기관. 2022년 3월 설립한 이후 신수도이전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신수도 누산타라시는 자카르타보다 4배가 넓은 256,000ha 규모로 조성된다.(자세한 신수도권 이전사업은 박스기사 참조)
신수도청 대표로 참석한 아궁 위짝소노 차관은 “신수도이전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외국 유수 건설업체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주택건설협회와 협력증진을 기대한다”면서 한국의 선진 주택문화를 신수도권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원주 협회장은 “인니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신수도이전사업인 만큼, 행정과 경제분야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신수도건설사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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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수교 50주년 협력포럼 행사 전경:헤럴드경제에서 주최한 한인니수교 50주년 협력포럼에서 정원주 협회장이 환영사를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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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주 협회장과 인니 신수도청 관계자와 미팅 장면 : 신수도청은 한국의 선진주택문화를 신수도사업에 접목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사진 오른쪽이 아궁 위짝소노 차관)
자카르타 인근 신도시 ‘픽시티’와 ‘BSD시티’ 견학
12월 1일에는 인니 대표적인 개발업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카르타 인근 신도시 2곳을 방문했다.
오전에 방문한 곳은 픽(PIK)시티. 인니 제1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아궁세다유그룹(Agung Sedayu Group)이 살림그룹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이 픽2시티 개발프로젝트다. 아궁세다유는 이미 2004년에 자카르타 북쪽 240만평에 픽1시티를 성공적으로 조성했으며, 픽1 북서쪽 1,820만평(여의도 20배규모)에 픽2시티(공식 명칭은 픽2 더 뉴 자카르타시티)를 2018년도부터 개발하고 있다.
픽2는 자카르타국제공항에서 약 7분거리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우수하다. 현재 도쿄리버사이드아파트 1만 1,700세대가 완공되어 입주자들이 살고 있다. 아궁세다유 관계자는 “지금은 개발이 되지 않은 빈땅이 많은 초기단계지만, 골프장부터 음식점, 동물원(맹그로브숲), 병원, 쇼핑몰, 오피스, 전시홀(인니 최대 전시홀 건설예정) 등 다양한 관광·업무서비스 시설이 모인 인니 최대 명품신도시로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픽2신도시 개발사업의 성공을 자신했다.
오후에는 인니 2위의 개발업체인 시나르마스랜드(Sinarmas Land) 홍보관을 방문하여 관계자 설명을 들은 후, 시나르마스랜드에서 개발한 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인 ‘BSD시티’를 견학했다. 6,000ha 규모의 BSD시티에는 아직 개발이 안된 땅이 약 3,000ha 가량 남았다고 한다. 인니 중상류층에 맞춰진 BSD시티에는 기업, 쇼핑몰, 병원, 호텔, 전시관(ICE) 등이 조성되어 자족도시로서 위성도시 기능을 충실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ICE를 방문한 날에도 뷰티관련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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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2더 뉴 자카르타시티 홍보관 방문 : 정원주 협회장이 픽2시티 개발업체인 아궁세다유그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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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세다유그룹 홍보 관계자가 본사 홍보관을 방문한 시찰단에게 PIK2신도시 조감도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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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세다유그룹은 자카르타 북서 해안쪽에 여의도 20배 크기의 픽2신도시를 자족도시로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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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개발업체인 시나르마스랜드(Sinarmas land)가 조성하고 있는 BSD신도시 모형도 : 자카르타 서남부에 위치한 BSD신도시는 자족기능 갖춘 위성도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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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창문에서 바라본 PIK2 신도시내 도쿄리버사이드 아파트 전경 : 자카르타국제공항에서 차로 7분거리에 위치한 PIK2 신도시는 2만6천여세대의 주거시설이 계획되어 있으며, 도쿄리버사이드아파트는 30층 규모로 총 14,300세대 중 11,700세대가 완공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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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D신도시에 공사가 진행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건물 : BSD신도시에는 현재 3,000ha 정도의 미개발지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인니 공공주택사업부(PUPR) 방문
저소득층 주거질 향상에 총력, 한국의 노하우 도움 필요

인니 공공주택사업부(PUPR) 방문 : 자카르타에 위치한 PUPR을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인니 공공사업 및 공공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정부부처인 PUPR.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와 지난 2019년 11월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주택, 도로, 교량, 수자원, 지방개발사업 관련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신수도이전사업과 관련하여 인프라 건설을 총괄수행하고 있으며, 주택국을 포함하여 공공사업 및 주택 인프라자금조달국, 지역기반시설개발청 등 8개 부서로 조직되어 있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해 2019~2021년까지 주택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이며, 무주택가구수가 1,200만가구로 많은 실정이다. 또한 젊은 층 인구가 두터울 뿐만 아니라 인니 경제성장도 지속적으로 우상향 추세이기 때문에 향후 주택수요는 점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게 PUPR 관계자 말이다.
“신수도이전 사업에 ‘스마트 신도시’ 건설기술이 우수한 한국의 LH가 민관합작투자사업(PPP)으로 참여하여 공무원주택사업을 추진했으나, 한국 주택건설사의 참여가 없어 사업이 잠정 중단되어 아쉽다”며 향후 이 사업이 재개되기를 희망했다.
인니 신수도(누산타라) 이전사업
총 340억달러 소요되는 대규모 국책사업, 미래형 스마트 산림도시로 건설
해외 투자자에 다양한 인센티브 발표, 정치·교통여건 등 투자리스크 높아

신수도(누산타라) 이전사업 위치 및 개발계획도 : 인니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주에 위치한 누산타라에 신도시 이전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의 높은 인구밀도(57%)와 GDP집중(60%), 지반 침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신수도이전사업. 인니는 해외투자 유치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2045년까지 완공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인니 국가개발계획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24년까지 1단계로 초기 50만명 주민을 위한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건물, 공무원 시설 등을 건설하고 2025년~35년까지 주요 경제인프라와 중앙 행정부 구축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이어서 2045년까지 광역도시 구축, 동남아시아 5대 주요 관광지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마지막으로 2045년 이후 글로벌 세계 10대 도시 진입, 탄소배출 제로 달성 등 4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신수도 누산타라는 산림이 65%, 농지와 공원 10% 등 녹지가 75%를 차지하는 반면 개발지역(urban space) 비중이 25%에 불과한 스마트 산림도시를 목표로 추진된다. 누산타라 주민의 80%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개발 컨셉도 특징적이다. “현재 공공주택(47개 주거타워) 건설의 7%정도가 진행중이며, 공무원주택 등 일부 주택이 완공된 상태”라는게 신수도청 관계자의 귀띔이다.
인니 정부는 신수도에 100억루피아(9억원 정도) 이상을 투자하면 법인세 100% 면제를 발표했다. 호텔과 쇼핑몰에 투자할 경우 최대 20년, 투자부문으로 지정된 인프라에 30년까지 투자하면 최대 30년동안 혜택이 주어진다. 신수도에 상업 및 주거용 건물을 취득한 경우 최장 80년의 사용권을 부여받는다.
인니정부는 현재 조코 위도도 대통령 임기(2024.11)까지 수도이전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독립기념일(8.17)까지 대통령궁 건립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수도이전사업의 성공적 추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신수도이전사업에 정부재원이 20%밖에 없다. 80%를 민간 투자에 의존하는데 지리적 불리함(비행기로 두시간 가까이 소요)과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높다.”라며 공공부문만 이전한 행정수도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