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Quick menu

TOP

  • HOME FUN LIFE fun한 여행

내 마음의

호수를 찾아

가을의 초입, 낭만의 대명사 ‘호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웬만큼 유명한 호수에는 물둘레길이 형성되어 걷기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양평군청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양평군청

양평 두물머리

‘호수’라는 단어는 여행을 부른다. ‘저수지’라고 하면 아무런 낭만이 느껴지지 않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다. 안데스 산맥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러시아 ‘바이칼 호수’ 같은 곳은 이름만 들어도 벅차오르는 지명이다. 류시화 작가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은 인도 명상 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호수’라는 마성의 단어에 매료된 이들이 많아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연못, 늪보다 규모가 큰 고인 물을 호수라 한다. 우리나라에도 호수는 제법 많다. ‘저수지’로 불렸던 곳들 상당수가 OO호로 이름을 바꿔 달기도 했다.
‘물가자리’를 유난히 사랑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 성향 탓에 호수 주변에는 식당, 카페, 펜션 등이 몰려 있는 곳도 많다. 조용한 호수를 찾으려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찾자. 아무것도 없어 불편할 수 있지만 산책로 등 기본적인 시설은 갖춰져 있다.

수도권 주민들의 최애 여행지 양평 팔당호, 두물머리

  •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 되어 한강이 되는 곳이 양평 두물머리다. 옛 사람들은 물길을 따라 강원도 골짜기에서 서울 광나루, 마포나루를 오갔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물길은끊겼지만 90년대 마이카 붐 이후 팔당호 양수리 주변은 수도권 주민들의 최애 여행지로 거듭났다. 이른 아침 팔당호에서 피어나는 물안개와 강가의 수양버들, 그리고 여름날의 연꽃 군락이 어우러진 자연 풍광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강물을 따라 걷는 물레길 코스도 인기다. 물레길은 총 길이 10km다. 한 바퀴 도는 데 4~5시간쯤 걸린다. 양수역 앞에 자리 잡은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길은 물과 꽃의 정원인 세미원으로 이어진다. 18만㎡ 규모의 세미원은 쓰레기로 가득하던 버려진 습지를 가꿔 만든 곳이다. 세미원이란 이름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성현의 말에서 따왔다.
    세미원은 100여 종의 수련을 심어놓은 세계수련원,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관란대(觀瀾臺), 풍류가 있는 전통 정원시설인 유상곡수 등이 볼거리다.
    세미원에서 나와 배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로 연결된다. 수령 400여 년 된 느티나무는 두물머리의 랜드마크다. 마을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 아래서 일 년에 한 번 마을과 나라의 안녕을 비는 도당제를 지낸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물빛의 향연과 마주할 수 있다. 두물머리 가까이에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무덤이 있다.

  • 양평 두물머리

  • 예산 예당호

  • 슬로우시티가 있는 곳 예산 예당호

    예당호는 과거 ‘예당저수지’ 시절부터 충남의 주요 관광지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3.7배에 달하고 둘레는 40km가 넘는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수질관리가 잘 된 덕에 물이 맑다. 이러니 물고기 먹이가 풍부하다. 붕어, 잉어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그래서 오랜 기간 강태공의 성지였고, 민물매운탕 마니아들의 필수 코스로 통했다.
    예당호 주변에서는 어죽과 붕어찜이 대표 메뉴다. 어죽은 붕어를 푹 고은 육수에 고추장, 고춧가루, 갖은 양념으로 간을 하고 민물새우, 면, 쌀을 넣어 푹 끓여 만든다. 칼칼하고 고소한 맛이 비리지 않다. 붕어찜도 마찬가지. 특유의 붕어 비린내가 거의 없다.
    예당호는 쉬엄쉬엄 산책하기에도 적당하다. 402m 길이의 예당호 출렁다리가 가장 큰 볼거리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걷기 좋은 '예당호 느린호수길'도 조성됐다. 최근 화제가 된 예산시장은 예당호 출렁다리가 있는 예당관광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호반 도로를 달리면 대흥면 ‘대흥슬로시티’에 닿는다. 교촌리와 동서리, 상중리 등 예당호 인근 마을은 지난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국내에서는 6번째, 세계에서는 12번째로 슬로시티 공식 인증을 받았다.
    대흥슬로시티를 대표하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으며, 과거에는 옛 이야기로 치부됐으나 1978년 대흥에서 우애비가 발견되면서 실화로 확인됐고 조선 세종 때의 이성만, 이순 형제가 실제 주인공이다.
    마을 곳곳을 잇는 ‘느린꼬부랑길’은 3개 코스를 마련해 놨다. 대흥동헌 건너편에 자리한 달팽이미술관에서는 최근 볏짚공예 작품들을 전시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역에서 전래되고 있는 전통 방식으로 짚신, 여치집, 계란 꾸러미 등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소양강댐 정상길을 따라 걷다 춘천 소양호

  • ‘호반의 도시’ 하면 춘천, 춘천의 호수 여행 하면 소양호다.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으로 시작하는 ‘소양강 처녀’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춘천이 ‘호반의 도시’ 타이틀을 얻은 것은 100년도 되지 않는 역사다.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춘천댐, 의암댐, 소양댐이 세워지면서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 등 거대한 호수가생겼다.
    소양호는 1973년 준공된 소양강댐이 만들어낸 인공 호수다. 소양강댐은 높이 123m, 제방 길이 530m, 저수량 29억 톤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해 웬만한 비에는 수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장마철이나 태풍을 앞두고 수문을 열 때면 장관을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다. 댐 위를 걷는 댐정상길을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댐 정상을 걸어 건너편 팔각정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산책길로 왕복 2.5km 거리다.
    댐 인근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건너편 청평사까지 다녀올 수 있다. 댐과 선착장 사이에는 소양강댐 물문화관, 소양강댐준공기념탑, 소형 소양강처녀상 같은 볼거리가 있다. 댐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닭갈비 전문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 춘천 소양호

  • 충주호 악어섬

  • 명품 드라이브 코스 충주호

    충주호는 1985년 충주시 종민동·동량면 사이의 계곡을 막아서 만든 충주댐으로 인해 조성된 인공호수다. 소양호 다음으로 담수량이 많고 유역이 방대하다. 붕어·잉어·향어·백연·떡붕어·송어 등의 어종이 풍부해 사철 낚시꾼으로 붐빈다. 주변에 월악산국립공원·청풍문화재단지·단양팔경·고수동굴·구인사·수안보온천·노동동굴·충주호리조트 등 관광명소가 많다.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하는데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 있는 충주호에는 5개의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그중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선착장이 장회나루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충주호 풍광의 백미로 꼽히는 옥순봉, 구담봉을 비롯해 금수산 제비봉, 옥순대교 등 단양의 산수비경을 즐길 수 있다. 왕복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1시간 30분 정도다.
    충주호 드라이브 코스는 수안보 휴게소에서 제천의 송계계곡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 주변이 손꼽힌다. 내사리와 신매리, 무릉리와 신달리를 지나가는 이 길 주변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악어 떼와 비슷하다 해서 ‘악어 섬’이라는 지명도 생겼다.

예술마을 볼거리 풍성 안동호와 임하호

  • 춘천 못지 않은 호반의 도시가 안동이다. 안동호와 임하호 두 개의 큰 호수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1976년 안동댐 완공과 함께 만들어진 안동호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예안면, 와룡면, 임동면, 임하면에 걸쳐 있는 호수. 낙동강 상류 수계에 있는 인공호다. 유역 면적은 1,584k㎡에 달한다.
    안동호 주변 여행지는 예끼마을이 으뜸이다. 안동댐 건설로 예안면이 대부분 물에 잠기자, 서부리 일대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예끼마을이 조성됐다.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예끼마을이라 했다.
    마을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긴 내리막길을 중심으로 펼쳐진 마을과 안동호 풍광이 어우러진다. 근민당, 구 우체국, 마을회관 등은 갤러리로 탈바꿈하고, 마을 곳곳에 벽화와 작품이 있다.
    예끼마을을 대표하는 선성수상길은 잔잔한 안동호에 폭 2.75m, 길이 1km로 놓인 부교다. 안동호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선성수상길 중간쯤 수몰 전 예안국민학교 자리에 풍금과 학교의 옛 사진이 있다. 예끼마을인포메이션센터에 마련된 ‘예끼마을카페’, 맷돌 커피로 알려진 ‘장부당’, 가구 카페 ‘고이’, 안동시 농가 맛집 ‘메밀꽃피면’ 등 카페와 식당이 여럿이다. 선성현한옥체험관은 가성비가 뛰어난 숙소다.

  • 안동호 선성수상길

  • 안동 월영교

  • 안동댐 하류에 있는 월영교는 폭 3.6m, 길이 38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다. 월영교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법흥교까지 2km 이어진 안동호반나들이길과 원이엄마테마길이 연결된다.
    임하호는 1992년 5월 임하면 임하리와 임동면 망천리 사이의 반변천 협곡에 높이 73m, 길이 515m의 임하댐을 건설함으로써 등장한 다목적 인공호다.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호수다. 댐 건설과 함께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지례마을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지만, 안동 지촌종택과 지촌제청, 지산서당 등을 마을 뒷산 골짜기에 차례로 옮기고, 1989년 지례예술촌을 열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은 이 부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보백당 김계행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 만휴정은 돌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운치가 특징이다. 계류, 폭포, 산림 경관이 어우러진 만휴정 원림(명승 82호)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