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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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소송시 허술한 감정제도 문제,
체계적인 법적 규율 만들어야”

우리협회는 대한경제신문, 한국주택협회, 법무법인 화인, (주)에이앤티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지난 7월 18일 오후 2시
건설회관에서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문제점’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참석한 하자소송 분야의 각 전문가들은
하자소송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건설감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논의를 펼쳤다.

<편집자주>

제1주제
발표

건설 감정제도의 문제점

  • 정유리
    법무법인 화인 변호사

  • 감정인 선정 단계의 문제

    건설감정은 감정 항목의 내용이 복잡하고 그 양이 방대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감정의 기준, 방법 등 감정을 위한 전제조건이 감정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정인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하자소송에서는 원고가 소송목적물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감정신청을 하면, 법원은 ‘감정인 등 선정과 감정료 산정기준 등에 관한 예규(재판예규 제1801호)’ 제25조에 의거해 감정인을 지정한다.
    법원은 ‘감정인 명단’에 등재되어 있는 후보자 중에서 감정인 선정 전산프로그램에 의해 2인 또는 3인의 감정인 후보자를 ‘무작위’로 선정하고, 원피고에게 후보자의 전문분야, 경력, 예상감정료 선정서를 보내 의견청취를 하여 의견에 합치되는 후보자로 선정한다.

    감정료 증액

    감정인 선정시 전산프로그램에서 무작위로 추출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점과 일부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감정인들이 후보자에 오를 경우 단합하여 과도한 감정금액을 산출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가장 낮은 감정료를 산정해 감정인으로 지정된 직후, 감정인 신문 또는 착수회의 전 단계에서 원고가 기습적으로 추가감정을 신청하여 사실상 감정료를 증액시킨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불법 하도급 발생

법원 감정업무가 특정 감정인에게 집중되어 불법 하도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정인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 한 후보자의 감정경력을 조사하니 3년간 297건의 감정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감정인 본인과 직원 2~3명이 직접 수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수다. 감정인은 감정지연으로 인한 패널티를 피하기 위해 통외주, 즉 불법 하도급을 암암리에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감정인이 직접 감정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해 소송이 장기화되자, 지연손해금 부담을 시공사가 떠안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감정인의 재량권 남용 문제

감정인들은 자신의 전문지식과 감정 및 시공경험에 근거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비용을 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추후 새로운 사건의 감정인으로 지정되는 데 있어 원고 및 피고 어느 한쪽으로부터 배척되지 않도록 적당한 감정금액으로 중립의사를 표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인 감정인의 판단일지라도 감정인에 따라 감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오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하자소송에서는 감정결과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다투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감정인은 본인의 실수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거나 감정보완에 대해 추가감정료를 요구하는 등 재량권을 남용한다. 주로 감정보완을 통해 감정금액의 감액을 해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감정인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감정인의 부족한 역량 문제

대부분 하자소송에서 감정인은 시공기술사 내지는 건축사 자격을 갖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들이 주요 쟁점이 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진행되는 하자소송의 경우 기계설비 내지 전기공사에 대한 세세한 항목들이 다수 포함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하자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법관의 전문성 부족 문제

일반적으로 하자소송이 종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심을 기준으로 평균 2년~2년 반이다. 건설전담재판부가 있지만 2~3년 사이 구성원의 변경으로 사건을 면밀히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구성원들의 역량도 부족하다. 따라서 건설감정실무 및 감정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감정인은 어디까지나 법관의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어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감정기준 제시해야

감정은 사건의 쟁점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자의 손에 맡겨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입증방법이다. 어느 감정인이 진행하더라도 예측가능하도록 객관적이고 합당한 감정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감정기준이 제시되어야 하고, 이러한 감정기준이 소송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정과정이 필요하다.

제2주제
발표

건설감정실무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

  • 김종남
    법무법인 화인 변호사

  •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에 실패

    건설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복잡성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하자소송에서 기준이 되는 기존 건설감정실무의 발간과 개정이 법조 관련자 일부에 의해 주도되며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건설 감정실무를 만들고 개정하는데 참여한 명단을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건설전담 재판부 판사 27명, 법원 감정인으로 활동하는 감정인 5명, 그리고 건설전문 변호사 2명에 불과하다. 이조차 7년째 개정이 안 되고 있다.

    내용의 부실함

    총 217쪽의 건설감정실무에서 하자에 관한 부분은 35쪽부터 78쪽까지 44쪽으로 전체 분량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건설감정실무는 11가지 유형의 하자에 대해서 15가지 세부 하자 유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하자에 반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반 페이지 분량으로 각 하자 판정의 기준과 보수 방법, 보수비 산정의 기준 등을 모두 제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건설감정실무가 제시하는 하자보수 방법 및 비용은 일반론이 전부이며, 객관적인 건설감정의 기준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이 도출되는 하자에 대해서는 대응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건설감정실무에 절대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건설감정실무의 개정방향

건설감정실무는 모든 유형의 하자를 망라하여 종합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각 하자에 관한 하자판단기준과 가능한 보수방법을 모두 제시하고, 각 보수방법에 따른 비용산정 기준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는 건설감정실무 개정에 다양한 주체를 참여시켜야 한다.
학계, 업계 및 정부의 관련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 다듬어져온 건설하자에 관한 기존의 기준과 지침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음에도 활용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학계와 각종 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며, 설계·시공·감리 등을 포함하는 건설업계 전체의 실무상의 경험과 관습에 근거한 의견도 반영되어야 한다.

공동주택 건설 실무 고려 필요

건설감정실무는 각종 설계변경, 시공상의 변경, 자재사용 등에 관한 감리 승인서를 준공도면에 준하는 하자판정의 기준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하자보수비를 지급받고도 하자를 보수하지 않거나 더 저렴한 방법에 의해 실제 보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음에도 시공사로 하여금 과다한 보수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법적 효력 부여 필요

현재 법원에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건설감정실무가 행정규칙인 건축공사표준시방서 등의 기준이나 지침보다 더 상위의 기준으로 취급되고 있다.
개정될 건설감정실무가 건설하자소송에서 법원의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건설감정실무에 최소한의 법적 효력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 절차도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

  • 하자판정 및 보수비용 산정을 위한 법적 규율 마련해야

    하자소송은 시행사(시공사)의 부실시공이나 불성실한 하자보수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의 권리찾기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은 법인의 영업에 의한 기획소송인 경우가 많고 입주민이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수임료와 기타 수수료를 제외하면 하자 보수에 필요한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최근에는 선행소송 판결 이후에 2차소송까지 증가하는 실정으로 하자기획소송에 따른 문제와 부작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자에 명확한 규범적 규율이 미비하고 분쟁처리 방식 및 판단기준이 미흡한 점이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자보수에 대한 체계를 정립하고 소송실무에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법적 규율을 위한 입법을 서두를 것을 제안한다. 국토부의 「하자판정기준」 법령을 시행규칙에서 시행령으로 상향하여 하자소송판결에서 건설감정실무에 우선 적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자보수 판결금을 하자보수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공동주택관리법」에 법제화함으로써 무분별한 하자 소송을 방지하고 하자 보수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 최상진
    롯데건설 부장

  • 국토부 고시를 하자판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서울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에서 정한 층간균열을 보수하는 공법은 크게 3가지다. 문제는 하자판정기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부 고시에 의하면 균열하자 판정기준이 0.3mm 이상일 때 충전식공법으로 보수하면 된다. 그러나 건설감정실무에서는 0.3mm이하도 균열하자로 보아 충전식공법으로 보수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두 기관의 기준이 다르다보니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도 제각각으로 혼란스럽다.
    현재 하자심사시 기준으로 삼는 서울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는 전국의 하급심에 적용될 수 있는 실무지침으로 작성하여 감정인들에게 참고자료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대신 국토부 고시를 하자판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에 담긴 구속력이 있는 조항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뿐만 아니라 일반 법원의 하자판정 및 보수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한다면 법적인 규율이 빠르게 마련될 것이다.

  • 이재현
    호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제성 고려한 합리적인 소송 절차와 조정 기구 필요해

    하자분쟁이 발생한 현장에 가보면 증거물을 회수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있으며 전문성 부족으로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향후에는 적절한 증거들을 잘 수집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하며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감정인들의 자격 요건에 특정 분야의 전문 경험을 반영한다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재나 조정 기구를 활용해 소송을 피하는 대신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