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건축비
현실화가
270만호 공급에
미치는 영향
공공임대아파트의 건축비상한선 역할을 하는 표준건축비는 분양주택 기본형건축비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턱없이 낮은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270만호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글 김형범 정책관리본부 주택정책부장
5년간 270만호 주택공급 실현하려면
사업비 현실화부터 손봐야
시장가격 인정해야 민간도 공급 나설 것
정부는 8.16대책에서 향후 5년간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중 주거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의 공급계획이 50만호로 최근 5년간 32만호 공급보다 무려 50%가 늘어난 물량이다.
정비사업, 청년주택, 역세권 주택을 통해 공급될 서울 50만호 실현의 관건은 사업비 현실화다. 정부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안전진단기준과 재건축부담금을 완화하고, 공급시차 단축을 위해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나날이 치솟는 택지비와 건축비 원가를 적정한 시장가격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표준건축비가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표준건축비는 정비사업에서 의무공급되는 임대주택과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가격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표준건축비 현실화가 270만호 공급 실현의 숨어있는 키워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표준건축비, 분양주택 건축비의 55% 수준
임대아파트 공급확대 위해 현실화 시급
도심정비사업 수익성에도 큰 차질 불러
현재 공공임대아파트 건축비상한가격인 표준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 분양주택의 건축비상한가격인 기본형건축비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주택분양원가연동제시행지침’ 시절에는 임대주택 건축비 상한을 분양주택과 동일하게 적용했었다. 그러다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 재시행 과정을 거치면서 표준건축비와 기본형건축비를 이원화하여 각각 고시하면서 건축비 격차가 점차 벌어지게 됐다. 그러는 동안 임대아파트는 품질이 낮다는 인식과 부실시공, 안전문제에 끊임없이 직면하면서도 건축비 현실화는 철저하게 외면됐다.
지난 10월 11일 주요 언론에 게재된 주택산업연구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향후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2~3년간 분양아파트 건설물량 급감에 대비해 임대아파트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건축비상한가격 현실화가 시급하다.
주택시장 침체기의 주택공급 감소는 가까운 장래에 주택가격 급등과 전월세 불안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직후의 주택시장 침체기에 연평균 건설물량은 38만호 수준에 불과했다. 도심 정비사업과 임대아파트로 보충하지 않으면 새 정부의 270만호 목표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표준건축비 현실화 지연은 도심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비사업 수익성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 전국 136만호, 서울 37.9만호, 수도권 79만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임대주택 의무공급에 따른 정비사업 손실액은 1,000세대 공급시 112.4억원에 달한다. 분양아파트 수준의 건축비로 지어 55% 가격으로 매각해 생기는 손실이다. 표준건축비가 10% 인상되면 임대주택 매각으로 인한 손실도 10% 감소하게 된다.
정비사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표준건축비가 현실화에 가까울수록 정비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수 있고 주택경기 침체기에 정비사업이 꾸준하게 추진되면 주택시장이 조기에 회복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 임대료와 물가 이유로 고심
표준건축비 올려도 임대료 상승 우려 없어
건설원가와 무관하게 주변시세로 임대료 산정
국토부에서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재부 동의가 필수다. 기재부에서 표준건축비 현실화에 주저하는 이유는 임대료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표준건축비를 올려도 임대료와 물가 상승 우려는 거의 없다는 것이 분석결과다.
기존 임대주택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신통합유형 공공임대주택은 건설원가와 무관하게 주변시세로 임대료를 산정한다. 표준건축비가 오르면 임대료도 올라가는 종전의 영구임대와 국민임대는 2023년까지 일부 물량이 남아있을 뿐이고 주거취약층에 대한 조정지수 적용과 바우처 지급 등 정책지원으로 임대료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저품질 논란과 주택공급 위축을 초래하는 소탐대실의 정책은 적절치 않다. 표준건축비 10% 인상시 물가상승률은 0.00022%p에 불과하다. 270만호 주택공급 실현과 주택경기 침체 해소의 열쇠가 될 수 있는 표준건축비 현실화를 더 이상 늦춰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