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아파트 가격규제
시급히 정리해야
현 정부는 분양아파트와 건설임대아파트에 적용 중인 가격규제를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특히 건설임대아파트의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
가격규제 장기화시 정상적인 공급망 작동 불가능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거래로 형성된 ‘가격’이라는 시그널을 통해 작동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은 균형으로 회귀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와 공급이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균형을 이룬다.
가격이라는 시그널을 통해서 작동되는 시장경제에서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규제가 장기화되면 정상적인 공급망 작동이 불가능해지면서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결국은 시장불안정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허리케인으로 생필품가격이 폭등했던 플로리다주의 상황을 예로 들며 학생들에게 생필품 가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강력한 가격규제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결론은 가격규제가 지속되는 한 시장정상화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가격이 비싸야 비바람의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팔러 가려는 공급업자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우리처럼 평상시에 분양가규제하는 나라 없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분양가와 민간건설 임대아파트 임대료, 분양전환가격 등에 대한 규제는 70년대 말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됐다. 베이비부머의 결혼과 중동붐으로 집값이 폭등했던 시기다. 가격규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고는 지난 40여년간 이런저런 형태로 유지되어왔다.
영국 등 선진국도 2차대전후 일시적인 가격규제를 단행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위기가 아닌 평시에도 꾸준하게 분양가규제를 유지해 온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0여년간의 주택시장 수급상황을 보면 그나마 분양가원가연동제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규제가 이뤄졌던 1990년대를 제외하고는, 수요증가로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더 강력한 가격규제로 공급이 따라주지 못해 가격상승폭이 더 커졌던 일을 경험한 바 있다.
주택시장 직접규제 과감히 정리해 시장 활성화시켜야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전쟁, 경기침체 조짐 등으로 주택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최소한 1~2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기에는 주택시장에 대한 직접규제를 과감히 정리하고 공공자금지원을 강화해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긴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번의 경제위기 직후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3년 평균 주택인허가 물량은 정부목표 55만호에 훨씬 못 미치는 38만호에 불과했다. 당시 누적된 공급부족은 이후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증가를 따라주지 못해 집값폭등으로 이어진 일들을 우리는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너무도 생생히 경험했다.
주택시장 냉각기에는 아파트 분양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분양아파트 건설물량이 급감한다. 경기를 회복하고 2~3년뒤 경기회복기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택지확보와 공공주택 건설 등 공공부문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민간사업자들이 이미 확보한 토지에 안 팔리는 분양아파트 대신 임대아파트를 원활히 건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양아파트 기본형건축비의 55% 수준에 불과한 건설임대아파트의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민간사업자는 물론 LH 등 공기업조차도
적자누증문제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지경에 처해 있다.

건설임대아파트의 표준건축비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현시점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외에도 분양아파트 기본형건축비의 55%수준에 불과한 건설임대아파트의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분양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은 1977년 최초 도입되어 1997년 외환위기 직후까지 운용되다가 김대중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1998년에 폐지한 바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2007년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도입하면서 운용되기 시작하였고, 임대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은 주택기금과 임대료 책정기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1999년에 최초 고시된 이래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다.
1998년 분양아파트 기준가격을 폐지하기 이전에는 분양아파트 건축비를 임대아파트 임대료 책정과 주택기금지원 기준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왔다.
표준건축비 적용받은 임대아파트 건설물량 급감 ‘비상’
2007년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재도입 이후 지난 15년간 역대 정부는 분양아파트 기본형건축비를 연평균 2회씩 총 32회에 걸쳐 70.4%를 인상해오면서도 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는 임차인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딱 두 차례 21.8% 인상한데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분양아파트 대비 임대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은 55% 수준에 그친다.
임대아파트는 기초·골조·마감 등 대부분의 공사내용이 분양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으나 건축비 인정기준이 너무 낮아 부실시공과 안전문제가 상존하고 “임대아파트는 싸구려”라는 인식 개선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또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시 의무건설 임대주택에 대한 공공매입단가도 조합원 부담 건축비의 55% 미만에 불과한 표준건축비를 적용하여 건설과 매각지연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민간사업자는 물론 LH 등 공기업조차도 적자누증문제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지경에 처해 있다.
2010년이후 표준건축비를 적용받는 임대아파트 건설물량이 급감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분양전환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기인 지금은 분양아파트가 안 팔리므로 경기부양과 주택소요 필요물량 유지를 위해서 민간분야에서 기확보한 토지에 임대주택이라도 건설할 수 있도록 건설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를 하루빨리 현실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