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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컬렉션으로의 초대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박물관 관람이 고리타분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면 큰 오산이다. 여기 취향과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박물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글 문유선 여행작가

박물관은 시간 여행을 떠나는 통로와 같다. 진열 공간 유리 벽 너머, 긴 세월 거쳐온 온갖 물건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살아 숨쉰다.
박물관을 목적지로 하는 여행은 혼자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 동행이 있다면 ‘취향’과 ‘관심’이 일치해야 싸우지 않는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역사 이야기에 심취하는 경향이 강하다. 구석기시대에 나왔다는 돌도끼 하나만 봐도 감동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어린이와 청소년층에게 신석기시대 역사 이야기는 지나치게 무겁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공룡 박물관’, ‘로봇 박물관’에 가야 한다.
박물관은 수집품의 내용에 따라 민속·미술·과학·역사 박물관 따위로 나누며, 국립박물관과 지자체가 운영하는 박물관, 사설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여행이 처음이라면 콘텐츠의 수준이 확실하게 검증된 국립박물관부터 시작해 보자.
국내에서 가장 큰 박물관은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야외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봄날 꽃구경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야외정원에서는 서울 옛 보신각종, 거울못과 청자정도 볼 수 있다. 통일신라·고려시대의 석탑· 부도 등 석조문화재는 물론 미르폭포도 즐길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전시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설박물관은 국립박물관과 전시의 성격이 다르다. 국립박물관은 공공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사설박물관은 설립자가 설정한 특정 테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설박물관을 목적지로 삼는 여행을 떠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박물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시립박물관, 군립박물관도 좋지만 넉넉한 예산을 투입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건물 자체의 건축미도 빼어난 곳, 유명한 관광 명소와 인접해 있어 코스를 짜기도 수월한 곳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으면 여행이 한결 편해진다. 박물관은 월요일은 쉬는 곳이 대부분이라 떠나기 전 반드시 휴무일을 체크해야 한다.
전시 스케줄을 확인하고 떠나자 전국의 국립박물관
국립박물관은 분기별, 시즌별로 전시가 바뀐다. 특히 올해 봄은 거리두기 해제로 평소보다 특별전 편성이 풍성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예산 수덕사 괘불’(2022.4.13.~10.16),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4.28~8.28), 한-멕시코 수교 60주년 기념 ‘아스테카 :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5.3~8.28),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우리 모두가 어린이’(5.3~전시종료일자 미정)전이 열린다.
국립박물관의 13개 소속 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이어진다. 경주박물관은 ‘낭산, 도리전 가는길’(5.4 ~ 8.31) 특별전, 광주박물관은 ‘남도 문화전 Ⅶ’(5.2~8.28)과 중국 용천시 박물관 개최 ‘신안선 출수 용천청자 회귀전’(5.18~8.18)을 연다. 전주박물관에서는 ‘이집트 - 삶, 죽음, 부활의 이야기’(3.17~ 8.17)가, 대구박물관에서는 ‘한글박물관 규방가사 순회전’(5.20~8.21)이 열리고 진주박물관에서는 ‘한국 채색화의 흐름’(3.22~6.19)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청주박물관에선 ‘야금(冶金) : 위대한 지혜’(5.24~8.28)가 열릴 예정이며, 제주박물관에서는 특별전 ‘세한도’(4.5~5.29)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춘천박물관에서는 ‘안녕, 모란’(5.17~7.17)이, 나주박물관에서는 ‘다시 선 두 전사의 만남’(5.3~7.3) 특별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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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익산박물관은 백제시대의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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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익산박물관의 미륵사지 관련 유물 전시공간
깊이 있는 개인 컬렉션의 향연 정선 아리랑박물관
최근 드라마 ‘파친코’가 인기를 끌면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민요 아리랑도 이 드라마와 맥락이 비슷하다. 우리 민족 근대사의 한 맺힌 역사가 구슬픈 가락에 담겨있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진용선 아리랑 박물관장은 원래 직업이 토플강사였다.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는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번역에 어려움을 느껴 아리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후 평생 아리랑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연구해 왔던 진관장은 두만강을 건너간 아리랑의 발자국을 따라 만주와 러시아, 중앙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사라져 가는 흔적들을 채집해 왔다.
발로 뛰어 만든 ‘내공의 깊이’는 2016년 개관한 정선 아리랑 박물관을 ‘명품’으로 만들었으며 사설박물관 중 가장 깊이가 있는 컬렉션을 보여준다. ‘아디동블루스’라는 이름을 달고 미국과 유럽에 퍼져나간 아리랑 가락들이 재즈와 팝 버전으로 변신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동강 주변의 비경도 마음에 담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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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을 대표하는 정선 아리랑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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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박물관 내부 전시공간
살아 숨쉬는 대중음악 100년사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방대한 자료와 수집물, 멀티미디어 전시기법으로 우리 대중음악을 즐기며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총 330평의 대규모 시설 안에 대중음악 100년사관, 소리예술과학 100년사관, 기획전시관이 운영 중이다.
지하에는 기획전시실과 교육실, 1층에는 음악카페와 음악감상실, 2~3층에는 상설전시실과 유충희 뮤직스페이스 음악감상실을 갖추고 있다. 1925년 발매된 최초의 음반 ‘내 고향을 리별하고(안기영)’ 앨범, 최초 걸그룹 ‘저고리 씨스터즈’와 최초 아이돌 ‘아리랑 보이즈’ 등 희귀 음반부터 가왕 조용필, 들국화, 소방차, 현재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까지, 그 오랜 시간을 스치듯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장르별 시대별로 총망라한 여러 음반 자료를 해설과 함께 실제 들어볼 수 있다. 3층 오디오 전시관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하이엔드 앰프와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신청곡을 들어볼 수 있는 오디오 감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음악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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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전시된 전영록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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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서 BTS 관련 전시물도 만날 수 있다.
우리 술의 맛과 멋 재현한 완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5만 여점의 유물을 통해 우리 술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다. 풍류와 여유가 가득했던 우리 술 문화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접 빚은 전통주, 와인, 맥주가 숙성되는 발효 숙성실에서 술이 익어가는 소리와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수장형 유물전시관’은 수장고를 모티브로 다양하고 방대한 수량의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해 유물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공감과 소통의 테마 공간이다.
‘대한민국 술의 역사와 문화관’은 우리 술의 기원부터 일제강점기 전통주 말살기까지의 역사적 자료 및 관혼상제 속에서 술의 역할과 의미를 재현, 전시한다.
뽀얀 탁주가 담긴 커다란 함지를 힘차게 젓는 양조장 장인의 손놀림, 가득 담긴 술통을 야무지게 여미고 부지런히 흙길을 달렸을 짐자전거는 도시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려 이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이다. 1960년대 양조장과 대폿집, 1990년대 호프를 담은 ‘주점 재현관’은 한 잔 술에 오늘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던 우리네 일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향음문화체험관’은 향음주례체험, 음주자각체험, 내 몸에 맞는 전통주 찾아보기 등 다양한 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체험공간이다.

가족나들이 소풍가기 좋은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2011년 4월에 개관한 전곡선사박물관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건립되었으며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 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국의 군청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중 규모와 전시 내용이 뛰어난 편이다.
상설전시관은 관람동선을 따라 전곡의 주먹도끼,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사바나의 최초인류,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 추가령 구조대 고인류의 터전, 전곡의 지층, 선사시대의 문화와 믿음, 극지로 가는 구석기인, 고고학체험센터, 몰핑스테이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진화 단계별 인류들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해 자신이 선사시대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체험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