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펼쳐지는 장엄한 군무 탐조 여행 떠나요
차디찬 겨울 하늘을 나는 수만 철새들의 황홀한 날개짓을 본 적 있는가.
힘차게 퍼덕이는 생명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한 해의 피로가 개운하게 씻긴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 한국관광공사

새를 관찰하러 떠나는 여행을 ‘탐조여행’이라 한다. 철새 무리가 쨍한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펼치는 장엄한 군무는 직접 보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 감동이 있다. 최근 탐조 여행이 인기를 끌자 지차체에서 해설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민간 업체에서 탐조 가이드 투어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새들은 주로 새벽이나 저녁에 먹이를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관찰하는 것이 좋다. 시각과 청각이 예민한 새들을 배려하여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안된다. 미리 망원경 등의 관측 장비를 가져가면 좋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망원렌즈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빨강, 노랑, 흰색 등의 색깔의 옷은 피해야 한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만 내린 상태로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탐조여행 1번지 충남 천수만
수도권에서 접근이 쉬운 ‘탐조여행 1번지’. 충남 육지부와 안면도 사이 바다를 천수만이라 한다. 지난 1984년 간척사업으로 천수만 일대에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과거 갯벌이던 곳에 인공 담수호인 간월호, 부남호와 대단위 농경지가 형성되며 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일대는 시베리아나 만주 등지에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이며, 서해의 영향으로 비슷한 위도의 내륙보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1℃ 가량 높다. 겨울철에는 오리, 기러기류가 찾아오는데 특히 가창오리는 전 세계 개체 수의 90% 이상이 모인다. 또한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혹고니, 재두루미 등 많은 멸종위기종이 천수만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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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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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큰기러기
가창오리 명소 고창 동림저수지
가창오리는 봄과 가을에 한국을 거쳐 가는 철새이다. 4~7월에 한배에 6~9개의 알을 낳는데, 알을 품는 기간은 약 26일이며 암컷이 품는다.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세계적인 희귀조로서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되어 전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가창오리 무리는 보통 10월부터 전남 해남 영암호를 거쳐 고창동림저수지, 금강 하구, 삽교호 등지로 올라오며 10만에서 30만 마리가 한꺼번에 같은 장소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창오리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는 고창군 성내면 신성리 681-4로 동림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저수지 뚝방 길이다. 동림저수지는 지난 2012년 CNN에서 뽑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된 생태 관광 명소다. 철새 외에도 매,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약 70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가창오리의 명소 고창
고니의 서식지 금강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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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의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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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물길의 끝에는 금강호가 있다. 1990년 전라북도 군산시와 충청남도 서천군을 잇는 금강 하굿둑이 축조되면서 만들어진 인공 호수다. 매년 이 곳에서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큰고니 및 고니, 제325호인 개리,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와 기러기 등 약 15~20만 마리의 겨울 철새들이 겨울을 난다. 군산에는 금강철새전망대가 있고 건너편 서천군에는 조류생태전시관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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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의 철새
탐조여행 일등공신 창원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1990년대 전후 탐조 여행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일등공신이다. 한때 주변 환경이 악화되며 명성을 잃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철새들이 돌아와 명성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주남저수지는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 주남저수지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세 저수지는 수문으로 연결된다. 주남저수지는 람사르문화관 앞 제방을 따라 주남저수지 탐방로가 이어진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철새다. 재두루미, 큰고니 등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주남저수지에 서식하는 노랑부리저어새는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몸이다. 몸길이 약 86cm, 수컷은 겨울깃이 흰색이다. 암컷이 수컷보다 약간 작고 뒷목의 장식깃도 없다. 다리는 검으며 부리는 노랗고 끝이 평평한 주걱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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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의 겨울 -
탐조여행으로 각광받는 주남저수지
학(鶴)을 보러 가는 곳, 철원과 연천
두루미 탐조로 유명한 곳은 강원도 철원과 연천이다. 철원 양지리 토교 저수지 주변 넓은 들판은 두루미들이 자주 찾은 지역으로 일찌감치 명성을 얻어 매년 두루미 탐조객들이 줄을 선다. 인근에 있는 도로명이 ‘두루미로’일 정도로 철원은 두루미를 지역의 상징으로 내세운다. 연천 두루미테마파크 일대에도 탐조 스폿이 여럿 있다.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는 두루미목 두루미과에 속하는 새다. 십장생에 속하는 학은 천 년을 산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 수명은 사람과 비슷하다. 친척뻘로는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이 있다. 몸길이는 약 140m. 긴 부리까지 더하면 거의 사람만 하다. 날개를 펼치면 2m가 넘는다. 새하얀 깃털이 온 몸을 뒤덮고 있고 둘째, 셋째 날개깃만 검은 색이다. 머리꼭대기는 붉어 ‘단정학’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백로, 왜가리 등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민간 신앙에서는 신령한 새로서 신선이 타고 날아다니거나, 혹은 신선이 변신할 수 있는 새로 흔히 알려져 있다.
두루미가 하얀 깃털을 지닌 까닭은 이성의 눈에 잘 띄어서 번식을 잘 하기 위함이다. 아주 먼 거리를 날아다니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두루미에게 있어서 상대방을 만나서 번식을 하는 일은 굉장히 크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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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노랑부리저어새 -
철원에 서식하는 두루미
순천만 진객 흑두루미
흑두루미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2009년에 불과 400여 마리가 순천만을 찾았으나 지속적인 철새 보호조치로 올해는 전 세계 개체수의 절반가량인 7,600여 마리가 한반도에서 겨울을 난다. 몸길이는 약 96.5cm, 날개너비 약 1.8~2m로 두루미속 중에서는 작은 크기에 속한다. 목과 다리가 긴 편이고 부리는 곧게 뻗어 있다. 대다수의 두루미류와 마찬가지로 눈 앞이나 정수리 쪽이 붉지만 어린 새는 황갈색이다. 성체는 머리와 목이 흰색이다. 어린 개체는 머리와 목이 황갈색이며 검은색이 없다.
‘순천 흑두루미 탐조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여행객들이 전문 탐조 장비를 이용해 탐조 해설사와 함께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겨울 철새들을 관찰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흑두루미 탐조여행’ 홈페이지에서 당일형과 1박2일형 두 가지 중 선택해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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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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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흑두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