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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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여행은 바로 여기

K컬쳐 촬영지

우리에게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셀 수 없이 많은 음악, 드라마, 영화가 있다.
한류 팬의 관심과 사랑 속에 관광 명소가 된 국내 K컬쳐 촬영지를 가본다.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OOO 촬영지’는 국내외 유명 관광지에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름 없는 해변, 평범한 골목도 드라마, 영화의 배경이 되면 특별한 장소로 거듭난다.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같은 포즈로 ‘인생샷’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국적불문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다.
내국인 여행자는 물론이고 최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들도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한국 드라마, 영화 촬영지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글로벌 히트작 반열에 오른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잠시 주춤하다가 ‘빅뱅’, ‘소녀시대’가 인기를 끌던 2010년 무렵 다시 불이 붙었고 BTS(방탄소년단)와 넷플릭스가 등장한 코로나19 펜데믹을 전후로 만개했다.
과거에는 ‘한류’, 요즘 말로 ‘K컬쳐’로 불리고 있는 전 지구적인 열풍은 음악, 드라마, 영화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류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컬쳐 촬영지를 소개한다.

경복궁에서 세운상가를 지나 이태원까지 서울

드라마, 영화 촬영지가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는 다름아닌 서울이다. 구석구석 촬영지가 없는 동네가 없고, 한국 드라마, 영화는 물론 어벤져스같은 헐리우드 대작 영화의 배경으로 서울 곳곳이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찍은 장소는 고궁이다. 경복궁과 창덕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배경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전 세계인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으로 각인됐다.
경복궁에서 시작해 창덕궁에서 창경궁을 거쳐 종묘로 이어지는 코스를 섭렵하고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드라마 ‘빈센조’의 주된 배경이 됐던 세운상가다. 70년대 세워진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는 이웃한 대림상가, 인현상가까지 연결된 공중 보행로를 통해 원스톱으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최근에는 다양한 카페, 식당, 상점 등이 들어서며 주말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판이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작품의 주무대인 ‘단밤포차’는 이름을 살짝 바꾸고 영업 중이다. 가게 앞에는 인증샷을 찍는 여행객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남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녹사평역 육교도 인증샷 명소로 손꼽힌다.

  • 경복궁의 밤. K컬쳐 문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고궁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배경이 된 창덕궁

국내 최대 시대물 촬영장 합천영상테마파크대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 오픈세트장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암살’, ‘택시운전사’, ‘강철비’ 등을 촬영한 곳이다. 드라마 ‘각시탈’, ‘미스터션샤인’ 등도 여기서 찍었다. 테마파크는 시대별로 구분된 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건물들이 포진해 있다. 의상 체험실에는 1900년도의 의상들과 교복들을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영상테마파크 뒤편으로 전국 최고의 분재공원과 정원테마파크가 있다. 메인건물인 청와대 촬영세트장과 함께 분재온실, 생태숲 체험장, 목재 문화 체험장 등을 즐길 수 있다.

  • 시대물 오픈세트장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합천영상테마파크

  • 드라마 ‘각시탈’을 촬영한 합천영상테마파크

미스터 션샤인 찐팬이라면 논산 션샤인랜드

논산 션샤인랜드는 개화기 촬영세트장인 션샤인스튜디오,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총면적 약 2만m2에 이르는 션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한성(서울)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과 기와집, 초가집, 일본식 가옥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 년 전 모습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미스터 션샤인’ 대부분 분량을 촬영했다.
‘미스터 션샤인’ ‘찐팬’이라면 예산 션샤인랜드에서 시작해 경북 안동 만휴정, 고산정을 구경하고 경남 함양 일두고택까지 둘러보는 전국일주 여행 코스에도 도전해 보자.

논산 션샤인랜드 내 션샤인스튜디오 야경(션샤인스튜디오 제공)

BTS가 사랑한 삼척, 헤어질 결심 촬영지 부남해변

삼척에는 K컬쳐 명소가 된 바닷가가 두 곳 있다. 맹방해변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장소로, 멤버 정국이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 아쉬움을 달래고,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예부터 명사십리라 불렸는데, 이제 ‘방탄소년단의 해변’ 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등이 ‘버터’ 의 노랫말처럼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한다.
부남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아담한 해변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며, 입구 대숲과 바위산과 모래밭도 시적이다. 해변에 서면 애잔한 사랑의 사연이 밀물처럼 다가오는데, 이때 마침내는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감탄이 된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준다.

삼척 방탄소년단의 앨범 ‘버터’ 재킷 촬영 시설물을 재현한 맹방해변(박상준 촬영)

  • 한류 사극 열풍 진원지+킹덤 촬영지 문경새재

    조선 시대에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 문경새재는 태종 때 개통한 문화유산이다. 관문 역할을 했던 만큼 ‘여기가 뚫리면 끝이다’라는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하는 장면에 단골로 등장했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사극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도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오픈세트장은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메카이자, 한류 사극 열풍을 불게 한 공간이다. 특히 한국형 좀비 드라마로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킹덤’ 시즌 1·2에서는 문경새재가 드라마 속 실제 공간이자 주요 촬영지였다. 문경새재 1관문 주흘관과 2관문 조곡관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 밖에 ‘옷소매 붉은 끝동’, ‘연모’, ‘슈룹’ 등 다양한 드라마를 여기서 찍었다.

  • 드라마 ‘킹덤’ 속 상주읍성 성루에서 내려다 본 세트장(문일식 촬영)

  •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청하공진시장 내 오윤카페(최갑수 촬영)

  • 동백꽃 필 무렵과 갯마을 차차차의 포항

    최근 포항으로 여행자를 이끄는 한류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두식(홍반장, 김선호 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행의 시작점은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청하공진시장.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주말에는 제법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는데, 오윤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구룡포항과 가까운 석병1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 역시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알려졌다. 혜진이 두식에게 고백할 때와 여러 장면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제강점기 가옥 80여 채가 남은 곳으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방영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가 뛰어놀던 전주

    치열한 펜싱과 풋풋한 우정,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주제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요 촬영지는 전주에 있다.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한벽터널)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서학동예술마을에 있는 음악 스튜디오 소리방앗간은 명진책대여점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나무 간판만 남았다. 나희도(김태리 분)가 울며 뛰어간 건너편 골목과 27레코드는 드라마에서 본 그대로다.
    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한벽굴을 만난다. 희도가 상처 받은 이진(남주혁 분)을 위로한 이곳은 싱그러운 청춘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희도의 집으로 등장한 게스트하우스는 하얀 대문과 가로등이 드라마의 여운을 자극한다. 주인공들이 앉은 평상이 그대로 남은 아현슈퍼도 전주 남고산성(사적) 가는 길에 있다.

  •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지로 주목받는 한벽굴(권다현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