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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한
가을꽃 여행지

‘꽃나들이 = 봄’이라 생각한다면
가을이 섭섭해 한다.
긴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꽃의 정취도
봄에 피는 꽃만큼 화려하다.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가을은
야외 활동에 가장 적합한 날씨가 이어진다.
가을날의 꽃 나들이는 울긋불긋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 구경도 덤으로 따라온다
  • 문유선
    여행작가

국화와 코스모스가 가을꽃의 ‘원투펀치’다. 이외에도 구절초, 꽃무릇, 억새, 핑크뮬리 등 다양한 가을꽃이 있지만 이 둘의 존재감이 월등하다. 그윽한 향기의 국화는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꽃이다. 국화가 지닌 고고함은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는 사자성어에서 잘 드러난다. 이 말은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꽃봉오리를 피우는 국화를 가리키는 표현이자 혼탁함 속에서도 홀로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꿋꿋함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문인 이정보는 시조에서 국화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코스모스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우리나라에는 구한말 들어왔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름의 어원은 ‘질서’를 뜻하고 꽃말은 ‘순정’ 이다. 씨만 뿌려 놓으면 잘 자라기 때문에 대규모로 꽃밭을 만들기 쉬워 가을이면 온갖 지자체에서 코스모스 축제가 벌어진다. 밝은 은빛의 억새도 가을꽃에서 빼놓을 수 없다. 외래종인 핑크뮬리는 최근 억새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핑크뮬리 군락지는 다른 어떤 식물에서도 보기 어렵던 몽환적인 분위기가 압권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지자체에서 코스모스, 핑크뮬리 등을 경쟁적으로 식재해 꽃축제가 흔하게 열렸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꽃밭을 아예 갈아엎은 곳도 많다. 올해 가을꽃 나들이는 떠나기 전 미리 현지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경기 광주 곤지암 화담숲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 뒤쪽 발이봉(약 500m) 기슭에는 ‘화담숲’ 이 있다. 135만 5,000㎡(41만평) 대지에 4,000여종의 식물이 자란다. 화담숲은 한국의 대기업 LG그룹이 만들었다. ‘화담(和談)’이란 ‘두런두런 정답게 나누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바라던 LG그룹 창립자의 마음이 담겼다.
가을은 화담숲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계절이다. 수백만 송이 국화의 물결이 400여종에 달하는 단풍나무의 붉은빛과 어울려 독특한 가을 풍경을 만든다. 국화 이외에도 참취, 벌개미취, 구절초 등 야생화도 곳곳에 식재해 청아하고 소박한, 한국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보여준다.
화담숲은 지난 2019년부터 가을마다 국화전시회를 연다. 국화축제 기간 주말에는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운영해 인파가 몰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다. 화담숲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주중에는 사전예약 없이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화담숲에서 추천하는 또 다른 가을 명소는 이끼원과 자작나무 숲이다. 분재원에서는 모과나무, 소사나무, 주목, 국화 분재가 아기자기한 가을 풍경을 보여준다. 이끼원에서 ‘약속의 다리’까지 이어지는 계곡에는 내장단풍나무 군락지가 있다. 화담숲이 품고 있는 17개 테마정원은 5.3km 숲속 산책길로 이어진다. 숲속 산책길 전 구간을 걸으려면 2시간~3시간 이상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곤지암 화담숲에서는 가을마다 화려한 국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은 화담숲이 가장 화려해지는 계절이다.
경기 안성 안성팜랜드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안성팜랜드는 한국 최대 규모의 축산 체험형 놀이목장이다. 호밀이 절정을 이루는 4월 ‘호밀초원축제’와 함께 10월 ‘코스모스축제’가 유명하다.
30만 평의 파릇파릇 들판을 메운 발목 높이의 호밀밭과 오밀조밀한 다년생 목초 자생지는 싱그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트랙터 마차나 4인용 자전거 등을 이용하면 한결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안성팜랜드는 계절마다 다른 꽃을 즐길 수 있다. 봄의 유채와 호밀을 시작으로 여름이면 장미와 양귀비, 해바라기, 라벤더, 황화코스모스 등이 이어지고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만개한다. 가을이면 수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코스모스 꽃밭은 통행로 가장 끝 지점에 있다. 가는 길에 만나는 핑크뮬리 군락지도 ‘인생샷’ 명소로 손꼽힌다.
안성팜랜드는 가족 친화적 여행지다. 체험 승마와 아이스크림, 치즈, 동물쿠키 만들기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이 한가득이다.

가을철 안성팜랜드에서 핑크뮬리 군락지를 만나볼 수 있다. 안성팜랜드 코스모스밭은 가을 분위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경남 합천 황매산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 사이에 걸쳐 있는 큰 산으로 해발1,113m에 이른다.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와 철쭉이 병풍처럼 수놓고 있어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합천호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보인다. 억새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려면 황매 평원에 올라야 한다.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탐방로를 따라 20분만 가면 평원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능선을 따라 계속 서쪽으로 가면 조그만 전망대가 있다. 이 곳에서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억새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은 황혼 무렵이다. 멋진 사진을 남기려면 해를 마주하고 역광으로 촬영해야 한다. 일몰 이후에는 탐방로가 무척 어둡기 때문에 손전등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안전하다.
이곳 황매 평원에서는 수 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 속으로’의 전투 장면의 배경이 됐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도 황매산 억새밭이 자주 등장한다.

  • 합천 황매산은 수 많은 드라마, 영화에 등장한 억새 군락지로유명한 곳이다.
  • 억새밭은 일몰 무렵의 정취가 아름답다.
전북 정읍 구절초테마공원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김용택의 시 ‘구절초꽃’은 가을을 노래한다.
정읍 구절초테마공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구절초 꽃밭이 있다. 구절초테마공원이 위치한 곳은 추령천이 흘러 옥정호로 흘러드는 낮은 산자락이다. 무질서하게 자라던 활엽수와 리기다소나무 등을 제거하는 간벌작업을 거쳐 해송만 남긴 뒤 구절초를 식재해 공원을 조성했다.
하늘거리는 해송 아래 피어난 구절초가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솟대길, 구절초 스토리텔링, 천상의 화원 전망대를 거친 뒤 해송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구절초의 향연을 즐기면 된다.

  • 구절초테마공원은 해송과 어우러진 꽃밭이 몽환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정읍시청
  • 가을날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구절초 테마공원. 사진제공 정읍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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