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콸콸콸~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찾아가는
여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시원한 물이 그리운 계절이다.
뼛속까지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폭포를 찾아 여름날의 짜증을 씻어내 보자.
  • 문유선
    여행작가

장쾌한 폭포는 눈이 즐거운 여행지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는 위에서 아래, 일정한 방향으로 쏟아져 내린다.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동서고금 유명한 수행자들은 폭포 구경을 즐겼다. 폭포 부근에는 음이온이 풍성하게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때 나이아가라 폭포, 이구아수 폭포 등 해외 유명 폭포에서 찍은 인증샷을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당분간은 어려운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폭포가 있다. 여름날의 짜증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폭포를 찾아 여행길에 나서보자.

제천 용담폭포는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광이 일품이다.
대전 수통폭포는 간단한 산책을 겸해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경기 연천 재인폭포

연천의 랜드마크는 재인폭포다. 연천을 굽이쳐 돌아가는 한탄강은 약 27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지형으로 곳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재인폭포는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제주도 천지연폭포와 비견되곤 한다. 제주도의 이름난 폭포는 입장료를 받지만 재인폭포는 무료 입장이다.
재인폭포의 절경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는 일명 스카이워크 형태로, 투명한 유리바닥 위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27m 높이의 전망대 철계단은 무척 가파르다.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Y자 형태의 협곡이 이어진다.
웅장한 절리의 품에 안긴 재인폭포는 비가 내린 직후 찾아가면 더욱 웅장하다. 높이 18m가량의 폭포수가 너비 30m, 길이 100m가량의 소 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하얀 물줄기와 에메랄드빛 소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가 거대한 동굴처럼 파인 현무암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최근에는 재인폭포 상공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겨 관람이 더 편해졌다. 출렁다리를 지나 계단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폭포 하단부에 닿는다.

연천 재인폭포는 최근 탐방로를 정비해 폭포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다.
경북 포항 내연산 12폭포

포항의 서북쪽은 험준한 산악지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이 깊다는 청송과 이어진다. 포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은 12폭포와 천년고찰 보경사를 품은 내연산이다.
조선 후기 청하현(현재 청하면)에 속해 있던 내연산은 한국화의 성지로 이름 높다. 1733년부터 3년간 청하 현감을 지냈던 겸재 정선은 내연산의 풍광에 반해 자주 붓을 들었고, 이곳에서 그린 4점의 작품을 통해 진경산수화라는 새로운 화풍을 완성했다.
내연산 등산로는 주봉인 향로봉(930m)까지 오르는 총 5개의 코스가 있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보경사와 연산폭포 등 7개 폭포를 거쳐 선일대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만 왕복한다. 2시간 남짓 걸리는 이 코스는 사실상 내연산의 하이라이트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천년고찰 보경사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왼편으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작은 폭포 비슷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약 20분 더 올라가면 비로소 첫 폭포인 상생폭포가 나온다. 상생폭포 이후는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보현폭포·삼보폭포·잠룡폭포·무풍폭포·관음폭포·연산폭포가 줄줄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 중 ‘베스트 3’는 연산·관음·잠룡폭포다. 거대한 암벽과 신비로운 동굴, 넓고 깊은 소가 있는 관음폭포 주변 풍광은 이 셋 중 으뜸이다. 겸재 정선은 3개의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연산삼용추’라는 작품을 후세에 남겼고, 바위에는 ‘갑인추정선’이라는 글을 새겼다.
관음폭포에서 계단을 올라 구름다리를 건너면 가장 낙차가 큰 연산폭포가 굉음을 토하며 쏟아져 내린다. 은폭포, 복호1폭포, 복호2폭포, 실폭포, 시명폭포 등이 아직 남아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길이 험하고 소요시간도 길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상생폭포와 은폭포의 원래 이름은 ‘쌍폭포’와 ‘음폭포’였다. 훗날 정치적인 트렌드에 맞춰 ‘상생폭포’가 됐으며 여성의 음부를 뜻해 민망하다 해서 ‘은폭포’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포항 내연산 12폭포 중 으뜸은 관음폭포다.
충북 제천 금수산 용담폭포

충북 제천 청풍호를 굽어보는 금수산은 해발 1,016m에 달한다. 금수산은 단양과 제천에 걸쳐 있고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금수산의 본래 이름은 백암산, 혹은 백운산이었다. 퇴계 이황이 단양 군수로 부임할 당시, 비단에 수를 놓은 것만큼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그 뒤로 금수산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정상부에 올라가면 저 멀리 청풍호의 절경까지 눈에 들어오는 명산 중에 명산이다.
금수산의 ‘엑기스’는 용담폭포로 가는 코스다. 남쪽 어댕이골과 정남골이 만나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금수산의 제1경 용담폭포와 선녀탕을 만난다. 거대한 암반 위를 용처럼 휘감아 흐르는 용담폭포는,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았다. 주왕은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선녀탕과 용담폭포였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금수산 주변은 볼거리가 많다. 절벽에 매달린 천년고찰 정방사는 해질 무렵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제천 용담폭포는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광이 일품이다.
충북 괴산 원풍리 수옥폭포

계곡의 고장인 충북 괴산에도 이름난 폭포가 있다. 원풍리에 있는 수옥폭포는 조령 삼관문에서 소조령으로 흘러내리는 계류가 절벽을 통과하면서 형성된 높이 약 20m의 3단 폭포다. 길가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어 땀을 흘리지 않고도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조령산은 날아가던 새도 쉬어 넘는다는 험준한 새재를 품에 안은 백두대간의 산이다. 신라가 북쪽에 계립령과 산 아래 조령고개를 열었고 이후 중부 지방에서 영남으로 가는 주요 관문 역할을 했다. 고려를 세운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이 조령산을 사이에 두고 큰 싸움을 했다는 기록도 있고,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공로 역할도 했다.
원풍리에는 보물 97호로 지정된 마애불이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높이가 12m나 되는 큰 암석을 우묵하게 파고, 두 불상을 나란히 배치한 마애불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예다. 마주 보고 왼편에 보이는 불상은 원래 코가 없었는데 약 5년 전 누군가 몰래 와서 코를 붙여 놨다. 얼굴에 있는 곰보 같은 자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사격연습을 하면서 생긴 상처다.

괴산 수옥폭포는 도로 바로 곁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대전 계룡산 수통폭포

계룡산국립공원 수통골은 도심에서 지척이다.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면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물이 통(通)한다는 이름처럼 입구부터 계곡이 시작되며, 15분만 걸어 올라가면 수통폭포에 닿는다.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완만하고 평탄한 길이다.
수통골 주차장에서 수통폭포 ~ 화산계곡 ~ 금수봉삼거리를 거쳐 금수봉을 돌아보는 총 3.2km의 수통골 1코스는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종주를 위한 수통골 2코스는 수통골 주차장 ~ 도덕봉 ~ 도덕봉 능선 ~ 금수봉삼거리 ~ 금수봉~ 빈계산을 돈다. 총 9km, 5시간 30분짜리 코스다.
계룡산 갑사 주변 계곡에도 조그만 폭포들이 있다. 절 주변을 따라 흐르는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 대한민국 그 어느 절보다 청량한 느낌을 준다. 직선으로 이어진 진입로와 울창한 숲, 복잡한 산자락 지형을 그대로 살린 가람배치가 독특하다.
갑사는 화엄종 10대 사찰 중 하나로 420년(구이신왕 1년) 고구려의 승려 아도가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계룡산 갑사는 절 주변으로 크고 작은 폭포를 보유한계곡이 있어 여름 여행지로 알맞다.
계룡산 수통폭포는 수량이 풍부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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