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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새해 일출여행은 어디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의 일출 관련 행사와 축제가 모두 취소됐다. 그럼에도 새해를 맞아 심기일전을 다지고 싶은 여행족을 위해 언택트와 방역수칙을 지키는 가운데 누려볼 수 있는 소소한 일출여행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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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일출명소는 한 해의 시작인 1월에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여명을 가르며 눈부신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매년 새해 첫날 아침이 밝아오면 강릉 정동진이나 양양 낙산사, 울산 대왕암, 포항 호미곶 같은 일출명소에서는 각각 수십만 인파가 몰려 축제 분위기를 즐겨왔다. 하지만 2021년 신축년 새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 일출여행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언택트’와 ‘방역’이 되어 버린 시대다.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태양은 1월 2일에도 3일에도 변함없이 떠오른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라면 1월의 평일 중 하루 휴가를 내고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
멀리 떠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도심에서 가까운 일출명소를 검색해 보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일출명소가 서울은 물론 주요 대도시마다 여럿이다. 추위에 시달리는 것이 싫다면 실내 전망대, 카페 같은 곳도 있다.
더 편안하게 일출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이륙하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방법도 있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 해가 뜨는 방향의 창가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남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보통 왼편으로 해가 뜬다.
도시로 떠나는 일출 나들이
서울 용산구 매봉산공원 일출
매봉산공원은 서울 성동구와 용산구, 중구에 걸쳐 있는 매봉산 일대에 조성된 근린공원이다. 매봉산공원의 일출 포인트는 매봉산 정상에 우뚝 선 팔각정이다. 산정에 있는 팔각정이지만 해발 174m에 불과한 매봉산은 경사가 완만하고 계단과 산책로 등이 잘 정비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일출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과 마포구 하늘공원은 한강과 도심 마천루를 바라보며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과 연결 동선이 편리해서 노약자, 장애인도 한마음이 되어 새해 일출을 즐기는 게 가능하다.
보행자 전용 다리인 선유교는 주요 해돋이 감상 포인트로, 한겨울 이곳에 서면 양화대교 너머 LG 쌍둥이빌딩 사이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섬 주변으로는 겨울 철새가 날아들며 눈이라도 내린 뒤에는 섬이 설국이 되어 일출 감상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일출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장쾌한 일출 풍경이 일품이다. 하늘공원 일출 포인트는 동쪽 포토존이다. 하지만 하늘계단이 먼저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하늘계단 끝에 서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성산대교의 새벽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지하철로 접근이 가능하고 주변에 주차 공간이 잘 확보되어 있는 것도 하늘공원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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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의 일출과 억새꽃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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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동쪽 포토존에서 바라본 일출
서울 시내 고층건물 일출
서울 시내에서 동쪽에 창이 있는 고층건물은 대부분 일출이 잘 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 롯데월드 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도 ‘일출 맛집’으로 유명하며,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도 고층 객실에서는 해가 뜨는 모습을 침대에 누워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앞산 일출
대구 남구와 수성구, 달서구에 걸쳐 있는 앞산은 도심 해맞이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며, 눈이 내리면 좀더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일출 감상 후 출출한 속은 앞산 맛둘레길에서 해결한다. 앞산순환도로 주변에 선짓국 집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있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일출
부산은 동해안에 버금가는 다채로운 해돋이 풍경을 보여준다. 매년 1월 1일에는 수십만 인파가 몰려들지만 새해 첫 날 당일을 피해서 가면 한적한 겨울 바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인근에 숙소가 밀집해 있어 기상과 동시에 일출을 감상하기 알맞다. 한 쪽 끝에는 달맞이고개가, 다른 쪽 끝에는 동백섬이 걸린 해운대해수욕장의 일출은 주변 고층 빌딩에 빛이 반사되며 황홀함을 더한다.
광안리해수욕장의 일출도 빼놓을 수 없다. 새해 첫 날은 광안대교 상판위에 인파가 몰려들지만 진짜 멋진 풍경을 보려면 해수욕장에서 다리를 올려다 봐야 한다. 다리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떠오른 해가 주탑 꼭대기에 잠시 걸리는 순간이 일출의 하이라이트다. 서핑의 성지로도 잘 알려진 송정해수욕장은 더 한적한 곳에 있다. 송정해수욕장 일출 포인트는 해안가 끝에 있는 죽도공원과 송일정이다.
부산의 일출 포인트는 해수욕장 말고도 많다. 동구 수정산 가족체육공원,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와 동래구 동래읍성, 남구 오륙도 스카이워크 광장, 북구 상계봉 정상, 금정구 윤산, 연제구 배산 등이 일출명소로 유명하다.

걷기 여행과 함께 즐기는 ‘언택트’ 해맞이
포항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일출
경상북도 포항시에 있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호미반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그 중 01코스 연오랑세오녀길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해와 관련한 설화의 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평탄한 목조 데크로 길을 연결했으며 곳곳에 쉼터도 설치해 쉽게 동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근처에는 일출명소로 유명한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있으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무대인 구룡포도 가까운 곳에 있다. 구룡포 주변은 과메기, 대게로도 유명하다.
강원도 속초 해파랑길 일출
해파랑길 45코스 중 강원도 속초 구간은 동명동 속초등대 밑 바닷가에 위치한 정자 ‘영금정’을 시작으로 동해의 멋진 일출을 감상하고 속초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코스다.
속초등대 전망대를 지나면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조용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나타난다. 영랑호와 푸른 바다 앞 거친 바위들이 어우러진 장사항까지 동해의 특별함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길이다.
개성 넘치는 ‘나만의 비경’ 찾아 해맞이
영덕 해맞이캠핌장 일출
영덕 풍력발전단지 안에 자리한 해맞이캠핑장은 이름 그대로 해맞이 명소다. 캡슐하우스 창문을 열면 환상적인 일출이 펼쳐진다. 추위도 모르고 북적이는 인파도 없다. 호젓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일출을 맞이할 수 있어 아이들과 일출을 보기에 그만이다. 캡슐하우스 10동이 바다를 향해 있지만, 계절에 따라 밖으로 나와야만 일출을 볼 수 있는 집도 있다. 하지만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되는 다른 일출명소 보다는 편안하게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캠핑장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끝에 있어 최고의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 물결치는 산자락 따라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무척 이국적이다. 캡슐하우스는 모두 10동이다. 예약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영덕 블루로드 일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영덕의 트레일 코스 ‘블루로드’도 무척 아름답다. 동해바다와 함께 걷는 트레킹 코스로 대게공원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며 4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A코스의 종점인 해맞이공원에는 대게 집게발 모양으로 유명한 창포말 등대가 있다. 해맞이공원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출명소다. 영덕 해맞이 여행은 제철을 맞은 대게를 맛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영덕 거의 모든 포구에서 대게 전문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경주 감포 해식동굴 ‘용굴’
SNS에 올릴 남다른 사진을 원한다면 경주 감포에 가보자. 파도와 시간이 만들어낸 해식동굴 ‘용굴’이 목적지다. 용이 드나들었을 법한 통로가 보이는 두 개의 동굴은 동해안 트레일 코스 ‘해파랑길’ 11구간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경관 포인트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군사작전지역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곳이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데크길 시작점에서 사룡굴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겨울철 이 곳을 찾으면 동굴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다와 함께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사룡굴은 데크 산책로 바로 곁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편하다. 단, 파도가 거칠고 만조 시기에는 접근이 어렵다. 단용굴은 북쪽 방향으로 해안가 바위 지대를 따라가면 나온다.

일출여행 사진촬영 TIP
스마트폰으로 일출 사진을 멋지게 남기고 싶다면 일단 충전을 충분히 하는 것이 먼저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가거나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면 배터리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렌즈를 깨끗하게 닦아야 빛이 번지지 않은 선명한 사진이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스마트폰 카메라에 내장된 역광 모드 등을 활용하면 더 나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구도를 잡을 때는 뭔가 형태가 분명하거나 의미가 있는 사물을 함께 찍으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일출 사진을 찍는다고 태양을 계속 마주보는 것은 눈에 큰 부담이 된다. 시력 보호를 위한 선글라스 등을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동영상을 찍는다고 파인더에 클로즈업 된 태양을 장시간 보는 것도 피해야 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