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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변화와
부동산의미래
주택금융을 다루는 사람들은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장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당장은 주택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주택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인구 변동 수치가 그것을 말해준다.

글 김형모
ELA파트너스(주) CIO · ‘여의도 김박사’ 유튜버크리에이터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인구수는 5,170만명으로 출생아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특성을 보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수가 30만명을 밑돌고 연간 기준 최초로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생인구 변화는 부동산에 영향을 준다. <그림1>에서 연간 80만명 이상 출생아수를 기록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주택을 적극 매수한 연령대다. 1985년 이후 연간 출생아 수가 60만명대로 떨어지는데 이들이 현재의 주택 임대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연간 출생아수가 30~40만명대로 떨어지는데 이들은 주택시장 침체기를 겪게 된다.

미래의 20~40대 주택구매 체력 줄어들듯
향후 10~15년 정도는 인구의 감소가 부동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출생아수가 적어도 고령화가 확대되면서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래인구추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성장률이 가까운 장래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다.
인구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10~15년 이후의 20~40대는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아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줄어들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애최초 주택을 마련할 당시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39.1세다. 1990년대 이전 29.2세에 첫 주택을 구입했던 것과 10년의 차이가 난다. 주택 구매 연령이 늦어진다는 얘기는 주택을 점점 더 소유하기 어려워지고 준비기간도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거비부담도 줄어들기 어려워 보인다. 연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한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경우 걸리는 시간이다. PIR 9는 9년이 걸려야 대출없이 집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소득대비 월임대료 비율(RIR)도 따져봐야 한다. RIR이 20이면 월 100만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 20만원을 주택임대료로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서울 PIR이 계속 상승하는 이유는 소득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집값 상승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자연인구의 감소로 ‘양극화’ 심해질 것
앞으로 20년 후의 부동산시장에는 2005년에 태어난 40만명 세대가 첫 주택구매자로 나서게 된다. 연간 100만명이 태어난 베이부머 세대에 비해 60%가 줄어든 수치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 자연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데 13년이 소요됐으며 앞으로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2017년 생산가능인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가까운 장래에 인구 자연감소가 이뤄진다고 한다. 한국 역시 인구감소로 인해 부동산불패의 신화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역세권과 교통이 편리한 서울 인근 신도시에 주목하고 빌라나 단독주택 등은 기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에 의한 부동산 암흑기를 염두에 둔다면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지역을 지목할 수 밖에 없다.
자연인구의 감소는 주택수요를 약화시켜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를 부른다. 특히 20~40대의 생산가능인구(매수수요)가 줄고 그들의 수익이 줄면 부동산의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