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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무인화의 첫걸음,
지능형 건설장비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이 건설기계산업에도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미래건설 현장의 새로운 모습 중에 하나로 등장하게 될 지능형 건설장비에 대해 알아보자.

손태홍
공학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unications Technology, 이하 ICT)은 보통 정보기술(IT)의 확장형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정보기술이 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ICT는 정보 간의 통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력되는 정보에 대한 출력되는 정보 간이 통신이 가능하고 이러한 특성은 각기 다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IC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건설기계산업에도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건설장비의 지능화와 연결성

ICT 기술 발전이 건설기계산업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기계와 부품의 지능화다.
미국의 Catrerpillar, 일본의 Komatsu와 같은 글로벌 건설기계 제조기업들은 현장에서 스스로 작업위치로 이동하고 작업위치에 도착하면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굴삭기나 불도저 등과 같은 건설장비 개발을 2000년 중반 이후 본격화했다.
건설장비의 지능화는 결국 개별 장비의 자율화를 의미하는데 현재 건설기계에 대한 자율주행 단계 정의는 없지만, 미국자동차기술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가 제시한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미국자동차기술회의 자율주행 기준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된다.
장비의 운행과 제어를 모두 운전자가 담당하는 레벨 0, 1개 이상의 자동제어 기능을 갖춘 레벨 1, 2개 이상인 레벨 2, 대부분의 주행 기능이 자동이지만 필요 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 3, 100%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지역 조건에 상관없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면 레벨 5로 구분된다. 레벨 0~2는 장비의 주행에 대한 운전자의 감시가 필요하지만 레벨 3~5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주행 감시가 이뤄진다.

미국 자동차 기술회가 제시한 자율주행 기술 단계
Level 0 1 2 3 4 5 (비자동화) (운전자 지원) (부분 자동화) (조건부 자동화) (고도의 자동화) (완전 자동화) 자율주행 기술없이 사람이 차량을 운전하는 상황 운전자 운전상태에서 핸들 조향 및 가, 감속 지원 핸들 방향 조종 및 가, 감속 등 하나 이상의 자동화 기능 포함 주변환경을 파악해 자율주행 특정 상황시 운전자 개입 필요 시내 주행을 포함한 도로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이나 모니터링이 필요없는 자율주행 일반적인 완전 자율주행 시골길 등 모든 환경하에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 주행
자료: ETRI Webzine
  • Level 0 (비자동화) 자율주행기술 없이 사람이 차량을 운전하는 상황
  • Level 1 (운전자 지원) 운전자 운전상태에서 핸들조향 및 가·감속 지원
  • Level 2 (부분 자동화) 핸들 방향 조정 및 가·감속 등 하나 이상의 자동화 기능 포함
  • Level 3 (조건부 자동화) 주변 환경을 파악해 자율주행 특정 상황 시 운전자 개입 필요
  • Level 4 (고도의 자동화) 시내 주행을 포함한 도로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이나 모니터링이 필요없는 자율주택 일반적인 완전 자율주행
  • Level 5 (완전 자동화) 시골길 등 모든 환경하에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일본의 Komatsu는 2014년 자동 브레이드 제어 기능을 탑재해 작업 효율을 대폭 개선한 지능형 불도저와 목표 절토면을 손상하지 않는 유압 굴삭기를 개발했다. 건설장비의 자동화를 견인하고 있는 미국의 Caterpillar는 각각 2002년과 2005년에 미국의 Trimble과 협력을 통해 정지제어가 가능한 도저와 굴삭기를 발표하며 지능형 건설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Komatsu(좌)와 Caterpillar(우)의 지능형 건설장비
자료: Komatsu, Caterpillar

대부분의 지능형 건설장비는 단일 공정 안에서 시공 기간과 비용 절감이라는 제한적인 효과만을 거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 건설장비 기업은 ICT 기술을 활용해 건설장비 간의 연결, 건설장비와 전산망의 연결 등을 가능하게 만들며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고, 건설장비의 선제적 진단을 통해 유지보수 비용 등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Caterpillar의 Cat Connect 기술은 단독장비 또는 다양한 기종의 플릿(Fleet)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Product Link는 이동통신을 통해 제어 모듈에서 장비 가동 시간, 연료 소모량, 공회전 시간 등 정보를 수집해 장비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일본 Komatsu사의 KOMTRAX는 건설장비에 무선 통신이 가능한 단말기를 설치해 장비의 위치, 운행시간 및 작동상태 등의 정보를 전송하는 추적시스템이다. Komatsu는 수집된 정보를 분석·관리함으로써 건설장비 구입 또는 대여 고객의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능형 건설장비 확산속도 가장 빨라

이미 선진국에서는 무인 건설장비 및 건설로봇 등이 개발돼 건설현장의 스마트 건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건설장비들을 연결해 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플릿운영 솔루션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재부품과 서비스, 솔루션 등 주요 3개 영역으로 구성된 건설기계 산업에서 플릿운영 솔루션 서비스는 향후 건설산업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더불어, 건설현장의 스마트 건설장비 활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요소기술로 건설산업을 전환시킬 것으로 평가받는 모듈러, 3D 프린팅,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등보다 훨씬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건설기계 산업의 성장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정책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고 건설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넘어 산업 혁신을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과 활용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수립 및 시행 중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30년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 건설현장 구현이 최종 목표다. 자동화된 건설현장의 구현은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어야 할 기술이 개발 및 활용될 때 가능한데 지능형 건설장비가 그 중심에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건설기술연구사업을 통해 지능형 굴삭시스템 구축을 추진한 바 있으며 2020년부터 7년에 걸쳐 스마트 건설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2020년부터 스마트 건설장비 개발 추진

이러한 스마트 건설장비의 개발은 인력 중심의 기존 건설산업에 커다란 변화 즉, 현장 작업자의 역할 변화를 수반한다. 자동제어를 비롯해 관리가 가능한 지능형 건설장비의 등장이 일자리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다면 기술개발의 성과가 현장에 접목되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 건설산업에서는 건설기계 수급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간의 충돌, 무인타워크레인 도입에 대한 저항 등을 경험한 바 있다. 기술의 확산은 단순히 필요 기술의 개발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산업 차원의 생산방식 전환과 참여자 간의 역할 변화 등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시스템으로 통제되는 지능형 건설장비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효과는 건설현장의 무인화다. 현장인력 중심에서 자동화된 건설장비로의 이동은 시간과 비용의 절감만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지능형 건설장비의 활용은 관련 ICT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현재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다.
건설기업은 이처럼 기술개발의 속도가 빠른 지능형 건설장비를 사업 수행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의 확보와 운영 플랫폼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 아무리 성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기술도 활용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능형 건설장비를 최대한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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