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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일변도
정책기조지속될듯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 진단과 전망

지난 3년간 주택시장은 국지적 공급부족에 시달렸다.
여기에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기조가 지속되면서 서울발 집값폭등과 시장불안이 수도권, 지방으로까지 확대됐다. 2021년을 맞이하는 주택시장은 공급확대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그러나 올해도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기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 장기간 누적된 주택수급 불균형 문제가 서울 아파트가격 독주현상 만들고 수도권 · 지방으로 ‘풍선효과’ 정부, ‘수요억제정책’ 일관으로 3년 허비

다사다난했던 주택시장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답습한 측면이 많다. 주택시장 역시 노무현 정부 때와 유사한 부작용으로 반응하고 있다.
차이점은 있다. 노무현 정부 시기 버블세븐지역의 가격불안이 풍선효과처럼 수도권 전체로 파급되었던데 반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중반까지 서울만의 가격 독주 양상을 보였다. 현 정부에서 두드러진 서울 독주는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정부 시기 과잉공급되어 누적된 경기도 주택과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인해 위축된 서울의 아파트공급 부족문제가 결합해 서울 주택의 희소가치를 높였다. 실제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서울지역 아파트의 실거래가지수가 60% 넘게 급등했다(<그림1> 참고).

<그림1>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현황
자료 :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2006년 1월 = 100기준)

수요 측면의 영향도 크다. 인구축소기를 앞둔 시점에서 아파트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한 ‘똘똘한 한 채’ 열풍도 서울 강남 등 주요지역의 아파트 시세를 견인했다.
이렇듯 정부는 수급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국지적 공급부족의 문제를 인정하지 못하고 지난 3년을 수요억제책으로 허비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 시작된 가격상승이 수도권으로 지방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재유입됐다.
더 큰 문제는 매매시장의 가격급등이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도전으로 진행된 임대차3법의 입법화와 즉각적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시행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전세시장의 불안을 초래했다. 그 여파가 월세시장과 비아파트 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 악순환 거듭하는 정책실패 고리 끊으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조세정책을 합리적 수준으로 전환해야

국내 주택시장 불안의 근원은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의 유기적관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 본질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는 투기적인 행태에 대해 지나치게 전선을 확대함으로써 주택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세정책에서도 정부 시각의 한계가 드러난다. 정부는 ‘1가구 1주택 소유주의’라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 아래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인 단면에 몰입해 조세정책을 내놓고 있다. 다주택자 소유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재분배하려는 제로섬게임은 오히려 주택자가비율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그림2 참고).

<그림2> 수도권 연도별 보유유형 비중변화
자료 : 한국노동패널 자료(1999-2018)
*다주택자 :자가거주 및 거주주택 외 주택 소유 분리가구 :자가거주 및 거주주택외 주택소유
자가가구 :1주택(거주)가구, 가가거주 및 거주주택외 주택 미소유 무주택자 :차가거주 및 거주주택 외 주택 미소유

주택시장 불안을 해결할 대안에 대한 정부 시각도 제한적이다. 수요집중지역에 선호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포함하는 정비사업이 유일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정비사업을 억제하면서 서울 도심지역 아파트의 희소가치만 천정부지로 뛰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였던 전월세시장도 정부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차3법의 도입으로 전월세시장이 붕괴에 가까운 상태로 내몰렸고 그 부작용이 다시 매매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악순환을 거듭하는 정책 실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민간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 보유자에게 씌워진 과도한 조세적 올가미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하는 출구전략이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해 극도의 차별화된 부담을 지우는 종합부동산세는 합리적 대안이 아니며 전반적인 가격안정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이미 노무현 정부 시기 그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의 풍선효과와 재산세 전가효과가 현실화되어 전월세시장의 불안이 더욱 심화될 소지가 크다.
앞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취득세, 양도소득세가 모두 극단적으로 강화된 세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상상하기도 힘든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 전에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 아파트 매매시장 불안은 서울시내 고밀도 주택공급으로 풀어야 ‘동적인 주거안정’ 훼손한 임대차2법은 원위치로 돌려 놓아야

서울시 아파트 매매시장 불안의 문제는 서울시내에서 고밀도의 주택공급 확대로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며 그 현실적인 방향성은 재건축 및 재개발을 포함하는 정비사업의 활성화다. 정비사업의 활성화는 서울시 주택시장의 국지적인 문제만이 아닌, 궁극적으로는 인구축소기를 앞둔 시점 서울대도시권 공간구조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다. 임대차법의 조급한 시행으로 인한 시장불안은 그 추이를 마냥 지켜보기에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기존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목표는 어찌 보면 ‘정적인 주거안정’의 개념이다.
우리는 생애주기 동안 지속적으로 주거소비와 위치를 조정하는 동적인 주거소비의 조정과정을 겪게 된다. 이런 확대된 개념의 ‘동적인 주거안정’은 한 개인의 독립적인 주거안정 상태가 궁극적으로 사회적인 주거안정 상태를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대차2법은 한 사람의 주거이동 포기가 다른 여러 사람의 주거소비 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동적인 주거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그 결과로 전월세시장 주택재고량은 변한 게 없는데 전세물건은 사라지고 전세가는 급등하는 동맥경화를 앓고 있다. 유일한 해결방안은 그 상태가 더 심각하게 진전되기 전에 본래 위치로 돌리는 것이다.

{ 올해도 수급요인 해결하기 보다 정책적 기조 우위에 두고 시장억제정책 선택할 가능성 높아 침체기 대비해 합리적인 출구전략 필요

2021년 정부의 주택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선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부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년여 동안 선한 목적으로 실시한 제도적인 시도들이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되돌아 나오기보다는 좀 더 극단적인 선택을 답안으로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의 단적인 예로, 임대차2법으로 전월세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여당의 몇몇 인사들은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는 신규임대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둘째 시장의 기본적인 수급요인을 초월해 정부의 정책적인 선택이 주택시장 상황을 만들어낼 여지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공급과잉 상태를 기초로 출범했기 때문에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이 시장의 침체를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거래가지수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60% 이상 상승했다. 따라서 국내 주택시장은 펀더멘털(거시경제지표)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장이 아닌,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들이 중요한 영향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21년 국내 주택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새로 국토부장관으로 취임이 예상되는 변창흠 내정자 역시 부동산시장과의 합리적인 타협보다는 강력한 신념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도 주택시장의 합리적인 안정이 달성되리라고 전망하기 힘들다. 현 정부는 정책기조를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언젠가는 도래할 침체기에 경착륙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의 제도적 얼개가 얼마나 극단의 조합인지를 인지하고, 넓고 균형 잡힌 국제적 시각에서 지속가능한 규제의 정상적 수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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