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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아름답고 완만한 트레킹 코스
가을날 걷기 좋은 길
‘만산홍엽(滿山紅葉)’, 대한민국 구석구석 나무와 숲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인생샷 명소가 되는 계절이 왔다. 봄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가을은 계절의 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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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가을 여행의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단풍이다. 설악산과 내장산 등 단풍으로 유명한 곳은 이름값을 하지만 그만큼 인파가 북적인다. 언택트 여행 시대에는 맞지 않는 곳이다. 인파가 비교적 몰리지 않는 곳이거나 광대한 면적으로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여행지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가을을 온 몸으로 느끼려면 걷기 여행 만한 것이 없다. 걷기 여행 초보라면 풍경이 다채로운 구간을 골라야 덜 지루하다. 높은 산에는 물이 없어 풍경이 단조롭다. 계곡이나 강,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야 가을 풍경화는 비로소 ‘완전체’가 된다. 주변에 유적지 등 볼거리와 맛집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걷기 여행 코스를 고를 때는 출발점과 도착점의 교통편을 생각해야 한다. 목적지까지 직접 운전해 도착 후 걷기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면 원점회귀 코스를 고르는 것이 편하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곳은 해당 지역의 대중교통을 미리 알아보거나 택시 이용 가능 여부를 따져본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면 전문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인과 일행의 건강상태와 체력에 따라 일정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걷기 여행 코스는 보통 한 개 구간에서 6시간 내외를 걷는다는 개념으로 설계됐다. 중간에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사진=하이원리조트 제공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길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자락 주변 샛길을 연결해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산책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은평구·성북구·도봉구·강북구와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시·양주시를 지나가는 이 길의 전체 길이는 71.8㎞에 이른다.
물길과 흙길, 숲길, 마을길 등 산책로의 형태에 따라 주제를 나눈 21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어 저마다 개성 있는 풍광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준다.
우이령길은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를 이루는 6.8km 구간으로 북한산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단풍 명소 중 하나다. 서울 우이동에서 경기 양주시 장흥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1968년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 이후 통제됐다가 2009년 개방해 생태계가 잘 보존된 편이다. 오봉전망대의 도봉산 명물인 공깃돌을 닮은 다섯개 바위 봉우리는 가을이면 붉은 단풍에 둘러싸인 장관을 연출한다. 전체 구간이 완만해 어린이나 노인도 큰 어려움 없이 단풍 산책을 할 수 있고 소요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맨발 체험도 가능하다. 온라인 탐방예약제로 운영해 인파가 몰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국립공원공단 제공

사진=국립공원공단 제공
연천 임진강
지질트레일
경기도 연천 임진강, 한탄강일대에는 지구의 오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지질트레일 코스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풍광이 매력이다.
비무장지대 주변에 조성된 연천평화누리 길의 두 번째 코스인 임진적벽길을 걸으면 현무암 주상절리가 만들어낸 장엄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고려시대 네 명의 왕과 16공신을 봉향하는 숭의전을 시작으로 고구려시대 성곽인 당포성 등 역사유적도 즐비하다. 임진강 주변 식당의 매운탕 맛이 일품이니 보는 재미, 걷는 재미, 먹는 재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알뜰 트레킹 코스다. 연천 평화누리길의 코스당 평균 거리는 약15㎞이며 보통 체력의 성인이 걸어서 4~5시간 정도면 1개 코스를 갈 수 있다.
차탄천 용암협곡 주상절리 트레킹 코스도 가볼만 하다. 연천읍에서 전곡읍까지 약 9.5km에 이르는 구간으로 용암 협곡의 주상절리를 감상하기에 좋다. 차탄천은 다른 강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용암대지의 평원, 곡류, 주상절리, 판상절리, 용암댐, V자 협곡, 폭포, 수직단애, 백의리층 등 지구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사진=리에또 제공

사진=리에또 제공
부산 갈맷길
1-2코스
부산 갈맷길 1-2코스는 기장군청을 시작으로 죽성만, 오랑대를 거쳐 달맞이길, 문탠로드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부산에는 여러 갈맷길 코스가 있는데 그중 1-2코스는 해안과 산길, 어촌마을 등 다양한 풍광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코스의 꽃인 해동용궁사는 고려시대 가뭄으로 근심하던 백성들을 위해 지어졌으며 마치 바다 위에 있는 듯한 개방감이 일품이다.
서퍼들의 성지 송정해수욕장을 지나면 단풍길이 펼쳐지는 달맞이길에 도착한다. 총 6시간 정도 걸리는 긴 코스인 만큼 코스를 모두 완주할 생각이라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코스가 끝난 후 부산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달맞이길 언덕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걷기 여행은 마무리된다. 돌아보며 걸으면 좋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선
운탄고도(하늘길)
운탄고도(운탄길)는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석탄 운반차들이 다니던 임도다. 백운산은 해발 1,426m의 높은 산이지만 하이원리조트 곤돌라를 이용해 정상 부근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운탄고도 일부구간을 리조트 측에서 탐방객을 위해 정비한 이후 ‘하늘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총 10여 개의 코스를 갖추고 있어 자신의 체력에 맞게 길을 선택하면 된다. 짧게는 15분짜리 산책 코스에서 길게는 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등산 코스까지 마련돼 가벼운 산책과 산행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석탄을 옮기는 길이었던 만큼 운탄고도 코스에서는 탄광과 관련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1777갱도와 도롱이연못은 석탄을 캐던 그 시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운탄고도 길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그야말로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들이 주변 곳곳에 무리를 지어 피어 시선을 잡아끈다.

사진=하이원리조트 제공

사진=하이원리조트 제공
평창 올림픽
아리바우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총 132km에 달하며 정선 5일장에서 강릉 경포 해변까지 각각 10~20Km의 9개 코스로 구성된다. 이 길에서 만추의 정취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구간은 3코스와 4코스다.
4코스(배나드리마을-바람부리마을-안반데기·14㎞)는 안반데기에서 역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는 것이 편하다. 도암댐 아래 형성된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가는 도로 주변 풍광은 늦가을에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3코스(구절리역~이성대~노추산~모정탑길~배나드리마을·12.9㎞)의 백미는 노추산 모정탑길이다.
노추산 모정탑은 이곳에 살던 차순옥 할머니가 26년의 세월동안 쌓아올린 약 3,000기의 돌탑을 말한다. 할머니는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편마저 병들게 되며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돌탑을 쌓으면 좋아질 것이라 말한다. 이후로 차 할머니는 1986년부터 노추산 자락에 움막을 짓고 기거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돌탑군을 쌓아 올렸다.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탑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고 지금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돌탑이 끝없이 이어진 오솔길 주변은 빽빽한 활엽수림으로 가을 단풍이 무척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