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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출력하는
3D 프린팅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3D 프린팅이다. 현재 3D 프린팅 기술은 실제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의 건설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관련 기술과 제도 정비를 통해 국내 건축 현장에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손태홍
공학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

과거 적층제조방식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우리나라의 첨성대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석조 구조물로 아래의 그림에서처럼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방식으로 지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개의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사용된 석회암 석재는 약 230만 개로 1개당 평균 무게는 약 2.5톤 정도다. 우리나라 국보 31호인 첨성대는 높이 9.17m로 30㎝ 높이의 401개 석재를 쌓아 올려 만든 상층부와 기단을 포함해 31단으로 구성된 건축물이다. 첨성대와 피라미드 모두 사람의 힘을 이용해 재료를 쌓아 올려야 하는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어떤 건축물과 비교해도 완성도 측면에서 손색이 없다.
현재의 과학기술 없이도 수백 년 전부터 무거운 돌을 쌓아 올려 구조물을 만들던 적층제조방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 중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스마트 건설기술은 적층제조를 실현하는 기술인 3D 프린팅이다.

<그림 1>
  • 이집트 피라미드
  • 신라시대의 첨성대
건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 3D 프린팅

연속적인 계층의 물질을 뿌려 쌓아 올리는 3차원 인쇄의 개념은 1981년 일본의 고다마 히데오가 처음 정립했으며, 1986년에 미국의 3D시스템즈라는 기업이 처음 3D 프린터를 제품화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항공 및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었지만, 소재의 범위가 플라스틱에서 나일론, 고무, 금속, 세라믹 등으로 확대되면서 의료, 소매, 신발, 의류산업 등으로 활용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와 같은 3D 프린팅을 활용한 산업의 확장 중에 가장 놀라운 분야가 건설산업이다. 3D 프린팅이 건설산업의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게 되는 이유는 기존 방식으로는 작업하기 힘든 비정형 건축물의 시공과 재난지역 등에 임시시설 제공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쾌속시공을 기반으로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을 동시에 거둘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림 2>
  • 3D 프린터
  • 제작과정

3D 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적층가공 방식은 압출형(Fused Deposition Modeling, FDM), 광조형(Stereo Lithography Apparatus, SLA), 소결형(Selective Laser Sintering, SLS)으로 나뉜다.
압출형(FDM)은 가는 실 형태의 열가소성 물질을 노즐 안에 녹여 필름 형태로 출력해 적층하는 것으로, 노즐은 플라스틱을 녹일 정도의 고열을 발산하며 압출된 플라스틱은 상온에서 경화되는 방식이다.
광조형(SLA)는 액체의 광경화성 플라스틱을 수조 안에 넣고 자외선 레이저를 투사해 경화 후 적층하는 방식이며, 소결형(SLS)는 분말형태의 재료를 레이저로 녹여 경화시키면서 출력하는 방식이다.
건설분야에서는 FDM과 같은 소재압출방식(material extrusion)이 주로 사용되는데, 노즐을 통해 콘크리트 등과 같은 건설 재료를 압출 및 적층하는 형태로 활용된다.
소규모의 제품을 제조하는 3D 프린팅 기술이 대형 시설물의 건설산업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고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가 있지만,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콘크리트를 분사해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컨투어 크래프팅(contour crafting) 기술이 개발되었고, 영국의 러프버러대학교에서는 대형 콘크리트 프린터를 이용해 프리폼 구조체(freeform construction)를 출력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Dus Architect사에서는 3D 프린터로 2층 건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MX3D사는 암스테르담 운하에 보행자용 다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640㎡ 면적, 3D 프린터로 17일 만에 건설

기존의 3D 프린팅 기술은 구조물의 일부 부재만을 제작하거나 100㎡ 이하의 소규모 주택 또는 교량 등을 건설하는 데 머물렀다. 최근에는 실제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의 건축물 건설에도 활용되고 있다.
2019년 10월, 두바이 Al Warsan 지역에 건설된 면적 640㎡, 높이 9.5m의 복층건물이 세계 최대 규모의 3D 프린팅 건축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었다. 해당 건물은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현장시공 방식 대비 50%의 인력과 60%의 폐기물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공사기간도 3개월로 단축했다. 두바이시청의 발표에 따르면 시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린빌딩 규격(Green Building Standards)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 건물은 향후 두바이시청의 혁신센터로 사용될 예정이다(그림 3 참조).
두바이는 지난 2016년 250㎡ 면적의 1층 사무용 건물을 높이 6m, 길이 36m, 너비 12m 규모의 대형 3D 프린터를 이용해 17일 만에 건설한 바 있다. 이외에도, 두바이 국영 건설기업인 이마르(Emaar) 건설은 Arabian Ranches 3에 3D 프린팅 방식으로 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일반공법 수준 강도 지닌 3층 건물도 시공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는 로봇과 3D 프린터를 활용해서 계획단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디지털 기반의 프로세스를 통해 60평 규모의 3층 건물을 시공했다.

<그림 3>
  • 두바이 시청의 혁신 센터
  • Emaar사 3D 프린팅 주택 조감도

본 프로젝트의 목적은 기존의 건축공법에 새로운 디지털기술을 결합해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의 건물을 소규모 인력으로 쉽고 빠르게 완성함과 동시에 기술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세계 최초로 하우스 내부의 독특한 형태의 경량천장 시공을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실물 크기의 거푸집을 제작했다. 거푸집을 통해 제작된 슬라브의 면적은 80㎡로 가장 얇은 부분이 20mm, 무게는 일반적인 공법의 1/2 수준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강도를 지니고 있다.

<그림 4>
  • DFAB House 조감도
  • Smart Slab
3D 활용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정비 필수

3D 프린팅은 의료 및 제조 산업 등에서는 이미 활용 범위가 넓지만, 건설산업에서는 실제 건축물 시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먼저 기술 측면의 과제를 살펴보면, 기존 건설공법과 비교해 공사비와 공사기간 절감이라는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듈러 건축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된 설계 및 시공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3D 프린팅을 활용한 시공방식이 구조물의 벽체나 슬라브 등 일부 부재 제조를 넘어 구조물 전체를 제작할 수 있으려면 프린터의 대형화가 가능해야 하며, 현장 중심의 건설과 비교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측면의 과제 외에 제도정비와 비즈니스모델 창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이 건설시장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기존 건설산업의 제도로는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기술의 활용 저변을 넓혀 가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과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의 수립과 정비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다음은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다. 현장 중심에서 공장제작방식으로 전환이나 대규모 인력 활용에서 소규모 인력과 장비 사용으로의 전환 등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기업은 사업의 수익성과 영속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조달방식을 고민해야 하고 이는 곧 과거의 비즈니스모델과는 다른 형태를 요구하게 된다.
새로운 스마트 건설기술의 활용은 낮은 생산성으로 고통받고 있는 건설산업의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의 높은 완성도와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마련 및 비즈니스 모델 창출 없이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건물을 출력하는 3D 프린팅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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