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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자세로한평생
봉사와 나눔 실천한 ‘열정맨’

삼정기업을 이끌어 온 박정오(77) 회장은 1985년 주택사업에 진출한 이후 36년간 3만 5,000세대의 주택을 공급했으며,올해는 리조트 ‘파라스파라 서울’을 개관하는 등 주택에서 출발해 건축, 토목, 레저, 리조트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왔다. 박 회장은 부산지역 ‘1세대’ 주택건설인으로 손꼽힌다. 젊은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영예로운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 글 구선영 사진 왕규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젊은날 들인 ‘봉사 습관’
“요즘 말로, 가정형편이 흙수저였어요. 20대가 되자마자 직업전선에 뛰어들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30대에는 청년회의소(JC) 활동에 참여하면서 인생의 비전을 찾으려고 애썼지요. 그곳에서 봉사하는 생활을 습관처럼 익히고 사회기여에 대한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어요. 40대에 접어들면서 주택사업을 시작했는데 50대와 60대를 지나 어느덧 36년이 흘렀습니다.”
(주)삼정기업 박정오(77) 회장의 눈동자에 77년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30대까지 인생 항해에 필요한 기본기를 닦았다면 40대부터는 사업의 닻을 올려 망망대해를 헤엄쳐 온 셈이다.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은 바로 젊은 시절 청년회의소에서 봉사 경험을 쌓은 것이고, 최고의 자긍심은 IMF와 외환위기에서 삼정기업을 굳건히 지켜낸 것이라고 말한다.
“청년회의소(JC)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재건하자는데 뜻을 같이한 청년들의 조직으로 71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골목길에 유치원을 열어 미취학 아동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교통정리나 동네청소도 직접 했어요. 또 전 세계의 JC 회원들과 교류하면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얻기도 했지요.”
박 회장은 1982년 부산해운대 JC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동안 JC회관을 건립하고 현대적 시설의 노인정을 짓고 어린이 사생대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1997년에는 등대라이온스 회장이 되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백내장수술 재정지원사업을 전개했다.

도난 문화재 회수, 무료급식 봉사 … 꾸준한 기여
박 회장은 삼정기업을 운영하는 와중에도 부산시 금정구에서 10년간 매주 하루 600명에게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김해시인재육성장학재단 등 장학금 지원이 필요한 곳에도 꾸준히 기부해왔다.
2004년에는 부산시 동래구 소재 동래정보여고 재단을 인수해 학교법인 삼정학원을 설립하고 삼정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 회장과 관련해 회자되는 훈훈한 일화들도 여럿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범어사에서 도난당한 문화재 칠성도 12점 가운데 5점을 경매를 통해 환수한 일이 그것이다. 스위스 경매소에서 3점, 국내 경매소에서 2점을 회수한 박 회장은 12점을 모두 찾을 때까지 경비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루미네 수녀 기념관 설립에 힘을 보탠 일화도 있다. 우연히 부산 안창마을에 방문한 박 회장은 한국 고아들의 어머니로 11년간 봉사한 루미네 수녀 이야기를 듣고 선뜻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고 나섰다.
“파란 눈의 수녀가 청춘을 다 바쳐가며 우리 아이들을 돌봐준 것에 대해 종교를 넘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박 회장은 독실한 불교 신자다. 훗날 한국에 방문한 루미네 수녀가 직접 만든 자수 작품을 들고 박 회장 집무실을 찾아오기도 했다.
“기업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박 회장의 오랜 소신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일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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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기업은 부산 금정구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10년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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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2015년 12월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부산출신 기업인으로서는 20년만에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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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푸른 눈의 어머니’로 알려진 독일인 루미네 수녀를 기념하는 회관 설립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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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 수녀가 박 회장과 만나 직접 만든 자수 작품을 선물로 건네고 있다.
기성세대, ‘청년 일자리’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박 회장은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광역시회 7, 8대회장을 역임하는 동안에도 봉사와 나눔문화 확산에 공을 들였다. 지역 내 산업을 선도하는 주택업계가 나눔에 앞장서면 파급효과가 커진다는 뜻에서다.
여러 활동 가운데 부산광역시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행복주방 나눔사업’이 가장 특색 있다. 협회 회원사가 신규 아파트 분양을 위해 지은 견본주택의 주방가구를 견본주택 폐관 때 철거해 저소득층에 무료로 지원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자체적으로 해오던 이 활동을 회원사 전체로 확대했다.
이 밖에 청년희망펀드가 개설되자 1호 기부자로 나서며 지역사회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과거의 부모들이 자녀를 헌신적으로 가르쳐서 희망의 길을 열어주었듯이, 오늘날의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에게 글로벌 시대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필요하지만 사회지도층들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점이 매우 가슴 아픕니다.”
박 회장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흐지부지된 청년희망펀드의 불씨가 되살아나길 애타게 희망하고 있다.

‘진인사대천명’ 자세 견지, 남은 생 새로운 목표 세워
36년간 3만 5,000세대의 주택을 공급해 온 박 회장은 망가진 사업장을 되살려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장기간 지역사회의 현안문제로 방치된 현장을 인수해서 마무리한 사업만도 여러 건이다.
2011년 충남 아산시 배방읍 2,156세대, 2015년 대전판암지구 1,565세대, 2016년 김해 주촌선천지구 4,953세대 주택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개관하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파라스파라 서울’ 프로젝트는 각별하다. 시행·시공사 부도로 6년간 방치된 리조트를 인수해 보란 듯이 준공했다.
“13개월간 서울시장과 마주 앉아 끈질기게 협상해서 인허가를 받았어요. 이제 남은 생은 리조트 사업에 열정을 바치고 싶습니다.”
77세 노장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이 새삼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한평생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일하고 봉사했습니다. 그 누구도 항상 성공할 수 없고 항상 잘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서 결과는 운명을 따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죠. 세상에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긍지를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여러분도 결코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에 담긴 인생의 진리, 인터뷰 내내 이글거리던 박 회장의 눈동자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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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개관을 앞둔 ‘파라스파라 서울’ 조감도. 시행 · 시공사 부도로 6년간 방치되어 있던 사업장을 박 회장이 전격 인수해 공사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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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이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파라스파라 서울’의 객실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