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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의 본질부터
알아야한다

단순히 오피스텔, 상가, 주택 등을 분양하고 임대하는 것만이 부동산업이 아니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모든 산업이 바로 부동산업이다. 그렇다고 수익창출만으로 부동산업을 얘기해서는 안된다. 부동산업에 뛰어들기 전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김형모
ELA파트너스(주) CIO · ‘여의도 김박사’ 유튜버크리에이터

부동산업이란 부동산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총체적인 업을 말한다. 부동산이 금융업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시점은 1970년이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00년 초에는 집값폭등을 우려한 나머지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은행대출을 금지했다. 그러다가 1970년부터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해졌고, 이때부터 모든 금융기관이 부동산담보를 선호하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은 차주가 숨기거나 이동할 수가 없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른다. 따라서 이보다 완벽한 담보가 없다. 일반적으로 기계나 설비는 이동하기 쉽고 감가상각이 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떨어진다.

호텔, 서비스업 아닌 부동산업이 본질

부동산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현명관 신라호텔 사장에게 호텔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현 회장은 서비스업이라고 답변했는데, 이 회장이 1년후 다시 묻겠다며 돌아갔다. 1년이 흐른 후, 현 회장은 어떻게 답했을까. 바로 “호텔업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부동산업”이라고 답변했다는 일화다.
오피스텔을 지어서 임대료를 받는 것이나 호텔을 지어서 고객에게 숙박료를 받는 것이나 다 같이 부동산을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부동산업이라는 게 그 본질이다.

맥도날드, 부동산 주식회사로 성장 일궈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많은 이들이 햄버거로 잘 알려진 맥도날드 회사의 정식 이름을 잘 모른다. 바로 ‘맥도날드 부동산 주식회사’이며 세계 5위의 부동산 소유 회사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은 대리점으로부터 매월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았지만 늘 적자였다. 이유는 장사가 잘 안되는 가맹점이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해로 소너본이라는 금융인이 레이 크록에게가서 다음과 같이 사업 모델을 변경하라고 제안한다.
“토지를 사고 건물을 지어서 대리점 사장에게 확정 임대료를 받고 임대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맥도날드는 토지와 건물을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또 확정 임대료를 받게 되니 수익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영업이 잘되면 그 가치가 오른다. 만약 가맹 점주가 품질저하나 영업부실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사람(가맹점)과 임대차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맥도날드는 금융인 소너본이 제안한 부동산 주식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초로 성장한 회사라는 점이다.

대형마트도 부동산업 기초로 영업이익 창출

최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자사가 소유한 마트의 건물과 토지를 펀드나 리츠에 매각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어 영업함으로써 영업이익보다 더 큰 부동산 가치 상승을 얻었지만, 이제 방향을 바꿨다. 토지와 건물을 기초자산으로 리츠나 펀드에 매각한 후 현금을 확보하고, 그 현금으로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구입해 초저가 영업전략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역시 몇 년 전부터 모든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을 반도체 및 신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자산의 가치 상승보다 훨씬 크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부동산업은 사회와 사람들을 위한 일

이렇듯 부동산업은 부동산이라는 기초자산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모두 아우른다. 그러나 부동산업이 수익만 창출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특히 주택과 관련된 부동산업은 더욱 그렇다. 필수재인 주거를 단순히 수익창출의 재화로만 본다면 사회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모든 기업은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부동산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부동산업 종사자들 역시 ‘어디에’, ‘왜’ 이 건물을 짓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최초로 디벨로퍼 역할을 했던 기농 정세권 씨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는 1920년대 건축왕으로도 불린다. 당시 경성(서울) 한옥의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주택(일본식, 서양식)의 3분의1 수준에 그쳤을 때 그가 착안한 것이 바로 ‘한지붕 세가족’ 한옥이다.
북촌의 큰 한옥 터를 20평 정도씩 나누어 여러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는데, 좁은 면적에 맞춰 전통한옥의 안채, 사랑채, 행랑채들이 트인 ㅁ자형에 모두 압축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렇듯 근대 시기 북촌에 등장한 한옥은 일본인들로부터 조선인의 토지를 지키는 동시에 경성으로 밀려드는 가난한 조선인들이 살기에 적합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부동산업계 종사자라면 정세권 씨처럼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우선적으로 가져야 한다.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해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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