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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 여름의 시작
신록예찬

봄꽃이 지고 나면 연두색의 푸른 강산이 펼쳐진다.
신록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좋은 계절, 5월에 찾아가면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 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앉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1948년 이양하의 수필집 ‘신록예찬’ 중에서>

봄꽃이 떨어지면 본격적인 신록(新綠)의 계절이 온다. 단어의 뜻 그대로 새로운 녹색, 형광색에 가까운 연두색 잎이 온 강산을 뒤덮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잎이점점 무성해지고 진초록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모두 끝나면 봄의 끝, 여름의 시작이다.
신록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잎이 넓은 활엽수가 많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 고도가 낮은 지역, 물가 주변이 유리하다. 신록을 만날 수 있는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평균기온과 일조량 등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신록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햇살이 비스듬하게 비칠 무렵이다. 비가 내린 다음 날 길을 떠나도 좋다. 더 싱싱한 초록과 마주할 수 있다.

신록에 감싸인 병산서원의 전경. 서애 유성룡의 후예들이 스승을 기리며 만든 조선시대 서원이다.
안동 병산서원

경북 안동 병산서원 맞은편 낙동강변은 늦은 봄 정취가 빼어난 곳이다. 드넓은 백사장과 병풍처럼 주변을 두르고 있는 산자락이 천하 절경을 보여준다. 중간중간 큰 나무가 있어 한나절 소풍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 류진을 배향한 서원이다. 모태는 하회마을 사람들이 다니던 풍악서당이다. 조선조인 1572년에 류성룡이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임진왜란 때 병화로 불에 탔으나 광해군 2년(1610)에 류성룡의 제자인 우복 정경세를 중심으로 한 사림에서 서애의 업적과 학덕을 추모하여 사묘인 존덕사를 짓고 향사하면서 서원이 되었다. ‘병산서원(屛山書院)’이라는 사액을 받은 것은 철종 14년(1863)이다. 1868년에 흥선대원군이 대대적으로 서원을 정리할 때도 살아남은 47곳 가운데 하나다. 병산서원 물길은 하회마을로 이어진다. 하회마을을 내려다 보는 부용대에 올라가 봐도 좋다.

병산서원 맞은편 강변은 때묻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안동 퇴계 오솔길

낙동강변 ‘퇴계 오솔길’도 신록 여행 추천 코스다.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원에서 청량산까지 걷던 길이다. 퇴계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라며 이 길을 걷는 것을 즐겼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벽력암, 경암, 학소대, 미천장담 등 빼어난 절경들이 병풍같이 펼쳐진다. 퇴계는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사유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즐겼다.
도산서원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 전체는 차로 이동해도 20분 넘게 걸리는 먼 길이다. 단천교~청량산 조망대~농암종택의 단축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암 이현보는 연산군때 사간원 정언으로 있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인물이다. 농암은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이곳의 경관을 아꼈다.

‘퇴계 오솔길’은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원에서 청량산까지 걷던 길이다.
곤지암 화담숲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 뒤쪽 ‘화담숲’은 135만 5,000㎡(41만평) 대지에 4,000여종의 식물이 자라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화담(和談)’이란 ‘두런두런 정답게 나누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바라던 창립자의 마음이 담겼다.
초여름 화담숲은 신록으로 빛난다. 이끼원과 자작나무 숲, 분재원에서도 색다른 초록빛을 만날 수 있다. 화담숲이 품고 있는 17개 테마정원은 5.3km 숲속 산책길로 거미줄처럼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곤돌라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체력적인 부담이 적은 것도 화담숲의 장점이다.
화담숲 부근에서 더 조용한 산책길을 찾는다면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이 있다. 탐방로가 잘 관리되고 있어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남한산성에도 올라가 보자. 서울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을 보여주는 명소다. 남한산성은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

화담숲에는 탐방을 위한 모노레일이 마련돼 있어 노약자도 편안하게 풍경을 즐길수 있다.
대구 달성습지

대구 달성습지는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버려진 땅에 가깝던 달성습지는 조금만 비가와도 늪지로 변해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야자 매트와 나무 데크로 탐방로를 정비해 접근성이 좋아졌다.
수양버들 주변으로 온갖 습지식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모습은 일반적인 숲의 모습과 다른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달성습지 생태학습관을 잇는 폭 3.5m, 길이 1㎞의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거나 유수지 뚝방길에서 직접 습지로 진입하는 여러 루트가 있다. 코스모스가 식재된 뚝방길 역시 커플 사진 촬영의 명소다. 최근 개관한 달성습지생태학습관에도 꼭 들러보자.
대구 팔공산자락 봉무공원에 있는 단산지도 신록 여행을 위해 가볼만하다. 단산지를 한 바퀴 도는 길이 3.9km, 폭 0.5 ~ 1m의 산책로는 자연 친화적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길이다. 봉무공원은 팔공산 자락에 조성된 레포츠공원으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저수지인 단산지와 어린이놀이터, 녹지공간이 잘 어우러져 있다.

대구달성습지는 쉽게 보기 어려운 습지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대구 단산지는 도심과 가까운 자연 공원내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전북 완주 경천호

경천저수지는 전북 완주군 화산면 성북리, 운제리, 화평리 등 3개리에 걸쳐 있다. 경천저수지는 농사에 쓰는 물을 담아 둔 저수지로, 폭 1km, 직선거리로 3 ~ 4km나 되는 제법 큰 규모의 저수지다. 저수지 형태가 인삼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이 상류가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하류 쪽은 들쭉날쭉하게 생겨 굴곡이 심하다.
가까운 갱금마을과 오복마을이 내려다보이며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완만한 계곡과 높지 않은 등산로 때문에 호젓한 기분으로 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특히 하류 쪽은 강태공들에게 인기명소. 릴, 장줄낚시가 잘되며 붕어, 잉어, 가물치, 향어 등 어종도 다양한 편이다. 90㎝급 잉어도 자주 나온다.

완주 경천저수지는 인파가 붐비지 않아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과 화양구곡

산막이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 마을과 산막이 마을을 오갔던 10리길이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이’라고 불렸으며,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산막이옛길과 충청도 양반길을 이어주는 연하협구름다리도 건너보자. 이 다리는 길이 167m, 폭 2.1m의 아름다운 현수교로 괴산호의 절경과 산막이옛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다.
화양구곡은 괴산을 대표하는 명소다.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천을 따라 제1곡 경천벽에서 제9곡 파곶까지 풍광이 빼어난 9개 계곡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주변을 도는 둘레길이 완성돼 탐방이 더욱 편해졌다. 청천면 후영리 후영교에서 송면리 송면교까지 화양구곡 10km 구간에 데크(4km)와 야자매트길(1km)이 조성돼 있다.

  • 괴산 화양구곡은 조선시대 선비 송시열의 유적이 남아있는 여행지다.
  • 괴산 산막이옛길은 옛 사람들이 다니던 길을 복원해 도보여행 코스로 만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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