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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가온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간 폭행, 방화 같은 심각한 사건·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의 도입과 변화가 거듭되어 온 가운데 최근 정부가 ‘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의 개정을 예고해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글 한희갑
GS건설(주) 건축환경연구팀 책임연구원· 공학박사·소음진동기술사
바닥충격음과 관련된 제도의 변천사부터 요약해보자. 국토교통부는 2003년 처음으로 최소성능기준이란 것을 마련했다. 바닥의 중량충격음이 50dB, 경량충격음이 58dB를 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한 것이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2004년에는 사전인정제도를 도입했고, 2013년에 들어서는 슬래브 두께를 210mm까지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민원이 끊이지 않자 2018년 무렵 감사원은 바닥충격음에 대한 전면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했다. 그 내용은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라는 감사결과로 공개된 바 있다.
감사원,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꼬집어
감사결과에 따르면, 사전인정제도에서 인정한 바닥구조 154건 중 146건(95%)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 현장 조사 결과 126개 현장 중 111개(88%)가 시방서와 다르게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공 시점 28개 현장에서 측정한 성능도 실망스러웠다. 191세대 중 184세대(96%)가 사전 인정받은 성능등급을 만족하지 못했다.
당시 감사원은 그동안 부실하게 진행된 현장 점검 및 공인 측정의 실태를 고발해 징계조치를 내렸고, 시공 후에도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국토부 등에 제도개선을 통보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6월 9일 국토교통부가 개정을 예고한 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지난 6월 9일, 바닥충격음 사후확인제도 개정 예고
이번 제도 개정의 핵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2022년 7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사업계획승인 신청 건부터 사후 측정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측정결과는 공개하고 우수시공업체에는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할 것이며, 기준 미달 시에는 사용검사권자로부터 보완조치 지시나 입주자와의 분쟁 및 보상 등이 예상될 수 있다.
다만, 최소 기준은 향후 개정될 측정평가방법에 따라 실태조사를 한 후 적정 수준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사후 성능 개선의 어려움과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 해 권고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둘째, 바닥충격음 사후 측정방법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측정 및 평가 방법을 개정하여 ISO 표준에 맞추고, 측정 신뢰도 제고를 위해 층간소음 성능센터를 설립해 전체 세대수의 5%(도입초기 2%로 시작하여 점차 상향)를 측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도 시행 전 반드시 해결할 문제 남아
바닥충격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전인정제도에서 사후확인제도로의 변화를 반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후확인제를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바닥충격음의 정확한 예측기술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안정적인 저감공법도 충분히 실증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번에도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제도를 서둘러 변경하게 된 상황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이래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제도를 튼실히 하기 위한 기초연구에 매진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제대로 된 기초연구와 데이터 수집에 나서야 한다.
수치에 매몰되기 보다 생태계부터 조성해야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이 있다. 바로 바닥충격음 최소 기준이다. 이 기준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최소 기준을 높이는 것으로 기술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면, 왜 지난 15년간 최소 기준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 이유는 생태계에 있다. 성능을 높이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 이상 수치는 숫자에 불과해진다. 또한 사후평가 시 최소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초까지 실태조사를 거친 후 최소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품질, 투자 경쟁을 유도하고 선순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제도적 보상체계와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번에는 정부가 바닥충격음 제도를 공정한 방향으로 설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세부적인 제도 마련에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국민들도 믿고 지지할 것이며 업계 또한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번 제도 변화가 신뢰하는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